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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코로나·산소 안가리는 마스크···“산소섭취량 11% 감소”

중앙일보

입력

서울 여의도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쓰고서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

서울 여의도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쓰고서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

보건용 마스크가 어린이의 산소섭취량을 감소시키는 등 호흡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호흡기가 약한 어린이의 경우 마스크를 쓸 때 주의해야 한다.

11일 환경부로부터 입수한 ‘미세먼지 마스크 건강피해 저감효과 분석 및 향후 추진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성균관대 연구팀은 성인과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현재 국내에는 KF80, KF94 등 미세먼지 차단율이 높은 마스크가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마스크 허가기준에는 연령별 폐활량 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또 영유아가 견딜 수 있는 흡기저항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역시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연구진은 어린이 20명을 대상으로 KF80 마스크를 착용한 뒤에 건강지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실험 결과 마스크를 착용하면 마스크가 없을 때보다 분당환기량이 8%가량 감소했다. 분당환기량은 호흡을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공기의 양을 말한다. 산소섭취량 역시 10.6% 줄었다.

숨을 쉴 때 마스크가 외부로부터 공기를 폐 속으로 빨아들이고 폐로부터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을 방해해 호흡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분당환기량 감소가 수면장애, 두통, 졸림 현상 등 건강 영향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영민 성균관대 의과대학 연구교수는 “이 정도의 분당환기량 감소는 건강한 어린이의 호흡에는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천식 환아 등 호흡 기능이 떨어져 있는 어린이는 호흡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것보다는 실내에 머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폐활량의 경우 마스크 착용 여부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미세먼지 심할 때 마스크 쓰면 좋을까?

서울 잠수교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잠수교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고 있다. [뉴시스]

연구진은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고 외출했을 때 건강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도 검증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번은 KF80 마스크를 착용하고 길을 걷고, 다른 한 번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걸으면서 건강지표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심박변이도에서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도는 아니라고 연구진을 설명했다. 심박변이도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변화 정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할수록 심박변이도 변화폭도 크다.

김 교수는 “마스크를 쓰는 게 건강에 이로운가를 증명하고 싶었는데 실험 당시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48㎍/㎥ 정도로 아주 높지는 않은 수준이어서 마스크가 단기적으로 유의하게 좋다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추가 연구 통해 마스크 착용 기준 마련”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어린이들이 하교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어린이들이 하교 하고 있다. [뉴스1]

그동안 미세먼지 마스크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놓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심장과 혈관의 미세먼지 노출을 줄여 건강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숨쉬기 힘들게 만들어서 심박출량 감소와 같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섰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최근 노인, 임산부, 기저질환자 등 취약계층의 경우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나쁨’(36~75㎍/㎥) 이상이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지만, 일반인과 어린이는 50㎍/㎥까지는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해도 무방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높아야 마스크를 쓰는 게 좋은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환경부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지만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민한테 마스크 착용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주고자 했지만, 데이터 부족 등의 이유로 연구 결과가 불충분했다”며 “인원을 늘리고 좀 더 고농도 상황에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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