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고독』순회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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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재일 한국인 2세 및 3세들이 주축을 이루고있는 극단 신주쿠 양산박(신숙양산박)이 동숭 아트센터와 한국연극협회 초청으로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전주·부산에서『천년의 고독』을 순회 공연한다.
신주쿠 양산박은 일본의 대표적 전위극단인 빨간 텐트 출신의 김수진씨, 검은 텐트 출신의 정의신·김구미자씨 등 재일 한국인들이 현대의 연극에서 점차 잃어 가는 낭만을 추구하며 86년에 창단한 극단.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연극 경력이 평균 10년을 넘는 30여명의 단원들이『파인애플 폭탄』『카르멘 야상곡』『밤에 모이는 별의 기마대-소화가 끝나는 우울한 일요일』등을 공연, 강한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픽션을 짜 맞춰 가는 교묘한 수법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에 고국무대에서 선보일『천년의 고독』은 정의신 작·김수진 연출로 88년 초연된 이 극단의 대표작. 절름발이 남자와 앞못보는 맹인여자 부부가 방랑하면서 보여주는 그림자 인형극 형식으로 시작된다. 극중 극의 무대는 과거에 사금채굴로 흥청거리다가 이젠 완전히 그 열기가 식어버린「멸망의 거리」.
유리상자에 호랑나비를 기르는 여자와 그 정부인 남자, 호랑이 환각에 사로잡힌 소녀, 늙은 넝마주이 등 낙오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극중 극이 끝나면 유랑극단원 부부가 나타나는데 그중 맹인 여자는 그들이 언젠가 도착하기를 갈망하는「일요일의 거리」에 도착할 경우『잘 돌아오셨어요』라고 외치고싶다고 말하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일요일의 거리」란 광장 한복판에 말뚝이 박혀있고 거리에서 민중의 축제가 벌어진다는 시민혁명의 이미지에 연결된 공간.▲27∼29일-서울 동숭아트센터 대극장▲11월1∼2일=전주 전북예술회관▲11월4∼5일=부산 경성대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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