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25%로 44% 영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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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상호출자 금지 등 정부 규제를 받는 37개 재벌그룹의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평균 25.2%이지만 이들이 실제 의결권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4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유 지분과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결권의 차이(괴리도)가 18.8%포인트인 것이다.

그러나 그룹별로는 한국타이어그룹의 괴리도가 2.5%포인트인 반면 한화그룹은 50.5%포인트로 그룹별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자산 2조원 이상인 그룹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현행 재벌규제 정책을 지배 구조의 건전성 정도에 따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뢰로 조사한 재벌그룹의 실제 지분과 의결권 간의 괴리도를 5일 공개했다. KDI의 조사에 따르면 한화.동양.두산.한솔 등은 괴리도가 30%포인트를 넘은 반면 현대산업개발.KCC.효성 등은 괴리도가 5%포인트를 밑도는 등 그룹 간 차이가 컸다.

특히 자산 규모가 큰 그룹일수록 실제 지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별로는 비상장회사일수록 보유지분에 비해 총수의 입김이 센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금융계열사를 포함시킨 경우와 일반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그룹별로 엇갈렸다. 16개 그룹은 금융계열사를 포함시킬 경우 괴리도가 커지는 반면 10개 그룹에서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때문인지 오히려 괴리도가 작아졌다.

삼성.LG.SK.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은 총수 일가가 평균 8.8%의 지분으로 35.2%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4대 그룹 중 삼성의 괴리도가 23.2%포인트로 작았고 SK는 29.3%포인트로 격차가 컸다.

특히 지주회사로 전환한 LG를 제외한 3개 그룹은 총수 일가의 실제 보유 지분이 4.8~6.9%로 전체 평균 25.2%에 크게 못 미쳤다.

공정위는 이 조사 결과를 앞으로 재벌정책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부채비율이 낮으면 출자총액규제에서 제외시키는 현재 규정을 바꿔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출자총액 규제 등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배구조를 측정하는 방법이 복잡한 데다 내부 견제 기능 등의 항목은 주관적인 설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지표 자체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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