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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싹 바꿔" 한일관 영업재개···자체 휴업, 정부지원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낮 12시 30분. 일주일 만에 영업을 다시 시작한 강남구 소재 식당 한일관에는 약 40명 정도 손님이 방문해 밥을 먹고 있었다. 이 식당은 지난달 22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3번·6번 확진자가 92분간 함께 불고기를 먹었던 곳이다.

한일관 [한일관 제공]

한일관 [한일관 제공]

이날 점심 한일관을 찾은 손님은 80여명이다. 1층에 있는 테이블 대부분에는 손님이 앉아있었지만 3, 4, 5층은 일부 창가 자리를 제외하고 대부분 비어있었다. 이날 한일관에서 점심을 먹은 염정태(73)씨는 "확진자가 다녀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 다시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일관 관계자는 "영업 재개 첫날이라 예약 손님은 없었다"며 "평소 30% 수준이지만 앞으로 더 많이 오실 것 같다"고 했다.

한일관은 지난달 30일 6번 확진자의 동선이 발표된 다음 날부터 임시휴업을 했다. 이후 지난 5일에는 공식 홈페이지와 식당 입구에 "2월 6일부터 정상 영업을 재개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한일관 측은 공지문에서 "자발적으로 휴점하고 수차례 보건소·자체 방역을 시행했다"며 "충분한 잠복기가 지난 시점에서 전 직원, 방문객 중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주일 자체 휴업 끝 "수저 새 걸로 바꿨다"

한일관은 "동선이 발표된 후 일부 고객에게 '알고도 장사를 계속했다'는 등 욕설이 섞인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며 “매출이 줄어든 것보다 고객을 속였다고 오해받아 더 속상해 추가 조치를 하기 위해 휴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6일 영업을 재개한 한일관은 "휴식 기간 보건소에서 진행한 방역뿐 아니라 자체 방역에 힘썼다"고 했다. 한일관 관계자는 "보건소에 요청해 소독을 5차례 마쳤다"며 "손님 입에 직접 닿는 수저를 모두 교체하고 식기를 모두 물에 삶았다"고 말했다.

한일관 앞에 붙은 공지 [사진 한일관 제공]

한일관 앞에 붙은 공지 [사진 한일관 제공]

그에 따르면 한일관 카운터 직원 중 한 명은 보건소에서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자발적으로 검사를 진행해 음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당시 두 확진자를 응대한 한일관 직원 4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오는 7일부터 출근할 계획이다.

휴무에 직원 100명 쉬어…정부 지원은 "확답 어려워"

한일관은 질본이 3번 확진자의 동선을 발표한 다음 날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밝혔다. 또한 관계자는 "일주일 휴무 기간 직원 100여 명이 쉬게 돼 정부 지원이 있을까 알아봤지만 특별한 게 없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어 "금전적인 지원보다는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도 전했다.

확진자 동선 발표 후 자체 휴업을 결정한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난 3일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확진자 이동 동선 공개로 매출 피해를 본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기업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자발적 휴업한 것까지 일일이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또 다른 지적이 있을 수 있어 확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휴업 후 "한일관 힘내세요" 응원 문자도

한일관 관계자에 따르면 자체 휴업 결정 후 "얼른 다시 보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잘 극복하실 수 있습니다"는 등 고객들의 응원 메시지가 한일관 공식 홈페이지와 전화로 전달됐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식당 전체가 힘든 시기라 응원 메시지를 봤을 때 큰 힘이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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