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태국·싱가포르 다녀왔는데 감염…아시아 전역 입국자로 검역망 넓혀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동대문구청이 거주하는 외국인 2만여 명에게 발송한 신종코로나 긴급 안내 문자. [연합뉴스]

동대문구청이 거주하는 외국인 2만여 명에게 발송한 신종코로나 긴급 안내 문자. [연합뉴스]

중국 외 입국자에게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유입되면서 ‘제3국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 나라는 중국 외 확진 환자 발생 ‘넘버3’ 국가다. 질병관리본부가 집계(5일 기준)한 세계 신종 코로나 발생 현황을 보면 중국·한국 외 26개국에서 확진 환자가 나왔다. 이 중 일본 33명, 태국 25명, 싱가포르 24명이다. 여기에 확진자가 많은 이유는 중국과 가까워 우리만큼 교류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태국 환자 25명 중 중국에서 온 중국인이 19명, 태국인이 6명인 게 방증한다.

홍콩·대만도 확진자 10명 넘어서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4일 기준 일본은 인천공항으로 96편, 태국은 26편, 싱가포르는 6편이 들어왔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루 일본에서 1만5000여 명(환승객 포함), 태국 6000여 명, 싱가포르 1000여 명이 한국에 들어온다고 한다. 게다가 일본 확진자 중 4명, 싱가포르 2명은 무증상 환자다. 무증상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에 불특정 장소에서 감염될 우려가 더 크다.

신종 감염병은 국경이 없다. 일본·태국·싱가포르에서 추가로 감염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셋을 제외한 23개국에서도 언제든지 올 수 있다. 대표적인 데가 확진 환자가 10명 넘는 홍콩·대만·마카오·호주·독일·베트남·미국·말레이시아 등이다. 특히 홍콩은 하루 18편의 항공편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온다. 호주는 3편이다. 중국은 휴대전화 번호까지 확인하는 식으로 입국자를 관리한다. 하지만 그 외 국가는 발열 감지기로 입국자를 들여다보는 게 전부다. 12번(일본), 16·18번(태국), 17·19번(싱가포르) 환자 다섯 다 입국할 때는 열이 나지 않았다. 입국 후 사나흘 지나면서 증세가 나타났다. 중국에서 온 게 아니니까 본인들도 경계심이 약하다. 의료기관도, 지자체 보건소도 마찬가지다. 중국 입국자는 자가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이들은 방역망에서 제외돼 있다.

관련기사

이참에 아시아 국가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감염병은 폭넓게 잡아야 한다. 좁게 하면 틈이 생겨서 이런 일(3국 감염)이 생긴다. 사전에 경고한 일이긴 한데, 피할 수 없었다는 말만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태국도 지역사회에 유행해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도 지역사회 전파가 있는 게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중국·한국 외 26개국 중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데서 오는 입국자는 공항에서 최소한 건강상태질문서라도 받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조언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나 여행 이력 프로그램(ITS)에서 의료기관·약국 창구에서 여행 이력을 자동으로 경고하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의료기관이나 의심 증세 환자 본인이 보건소에 신고할 경우 중국에서 온 게 아니라고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5일 브리핑에서 “건강상태 질문서를 의무화하려면 해당 국가를 오염지역으로 지정해야 하는데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검사나 선별 역량이 제한돼 있어서 가능성이 높은 사람(중국 입국자를 지칭)을 우선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