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판 활짝 … 위성 상태 매우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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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아리랑 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대전 대덕단지 항공우주연구원 위성종합관제실 연구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대전=김형수 기자

"오후 5시3분(한국시간) 위성 태양전지판 폈음."

"위성이 좌우상하로 조금밖에 흔들거리지 않음."

"태양전지판으로 전기 생산을 제대로 하고 있음."

아리랑 2호 위성은 28일 발사 1시간20여 분이 지난 오후 5시26분36초에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 독일 소속 말린디 위성 지상국으로 이런 정보를 담은 신호를 처음으로 보냈다. 발사 때 몇 겹으로 접혀 있던 태양전지판이 커다란 날개처럼 위성 양쪽에 펼쳐지는 등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시작한 것이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아리랑 2호 지상국은 말린디 지상국에 이어 오후 5시44분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도 똑같은 신호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특히 아리랑 2호 위성은 오후 10시58분26초부터 오후 11시11분41초까지 12분여 동안 한국 상공을 처음으로 날며 '모든 게 정상'이라는 뜻의 신호를 보냈다. 항우연 김규선 박사는 "한국과 해외 지상국 등 여덟 번에 걸친 수신 신호를 분석한 결과 위성의 상태가 매우 안전하고 자세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대한항공 등 국내 업체와 함께 약 7년간 2633억원을 들여 아리랑 2호 위성을 개발했다. 부품 국산화율은 80%에 달한다.

◆가슴 졸인 발사=국내 위성관계자들은 발사 순간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아리랑 2호 위성을 쏘아 올린 러시아의 로콧 로켓은 지난해 10월 유럽우주연합(ESA)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리지 못했고 ESA의 저궤도 위성 바로 다음에 이 로켓으로 아리랑 2호를 발사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항공대가 개발한 초미니 위성인 '한누리 1호'를 27일 러시아의 다른 발사장에서 발사했으나 로켓의 폭발로 실패한 바로 뒷날이었다. 보통 위성 발사가 로켓의 결함으로 실패하면 6개월~1년 동안은 원인 파악과 대책을 마련하느라 위성 발사장은 '휴업'을 한다. 이날 아리랑 2호 위성을 쏘아 올린 로콧 로켓은 러시아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평화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조한 것이다. 3단 로켓이며, 길이 29m, 무게는 107t에 달한다. 지금까지 148회 발사됐고 그중 3회만 발사에 실패한 고성능 로켓이다.

◆환경.국토 관리 등 역할 다양=아리랑 2호 위성은 하루에 지구를 14바퀴 반을 돈다. 한반도 상공은 하루 2~3회 통과한다. 이때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를 찍은 영상을 항우연 안의 지상국으로 내려보낸다. 위성에 달린 카메라는 흑백으로 찍을 때는 사방 1m, 컬러는 4m를 한 점으로 사진을 찍어 보낸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 숫자도 셀 수 있으며, 오솔길도 파악이 가능하다. 이번에 쏘아 올린 위성은 8월 20일께 시험 영상을, 10월부터는 정상적으로 영상을 사진으로 찍어 대덕 지상국에 보낸다. 항우연 이승훈 박사는 "이런 선명도의 위성 카메라가 달린 위성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일본.이스라엘 등 6~7개국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도 이제 초정밀 지상 관측 위성을 보유한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 성공 염원을 담은 전자칩 내장=아리랑 2호 위성에는 특별한 반도체칩이 하나 들어 있다. 위성 안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사람을 지난해 인터넷으로 공모했고 응모자 이름 모두를 칩에 넣었다. 최석식 전 과기부 차관, 탤런트 이세영 명예우주홍보대사 등 12만1902명의 이름이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심재우 기자 <bpark@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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