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승계 김정일「홀로 서기」어렵다|스칼라피노 교수 한반도정세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16일 북한의 김정일은 개인적 카리스마에 의존해온 김일성과 달리 자신의 정책성공에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 집권 후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노태우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미 아시아협회가 마련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한 스칼라피노 교수는 한국의 자체방위 능력향상과 남북한 긴장완화 추세 때문에 90년대 중반이나 그 이전에 주한미군의 일부 감축 또는 철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학 아시아문제연구소장인 스칼라피노 교수의 발언요지는 다음과 갈다.
『한국은 이제 중간규모의 공업국으로서 한미 관계 뿐 아니라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들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 북방정책을 통해 대륙국가로 성장하기를 원하고 있다. 한국은 2차대전후 여러 이유로 대륙에서 소외된 도서국가였다.
한국은 최근 이념과 정치적 장벽을 허물고 중소와 신속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있다.
이것이 외교관계로 발전할 것으로는 생각지 않지만 한국은 중국의「총애」받는 국가가 될 것이다. 소련은 일본에 실망한 나머지 한국을 최소한 그 대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경제에 관한 한 소련은 한국을 일본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카드로 여기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세계에서 일고있는 개혁의 물결을 크게 괴로워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두 가지 딜레마에 직면해있다.
첫째는 경제난이고, 둘째는 노태우 정권에 대한 태도결정 문제다.
한국의 지도자들도 남북문제를 다루는데 큰 책임을 안고있으며 통일된 입장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상대의 정통성을 인정하면서 정부간의 진지한 협상을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한미관계는 과거의 상하관계에서 대형 소형의 관계로 변함에 따라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심리적으로 종속관계가 독립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많은 한국인은 당분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군 현대화 계획이 지속되면 자체방위능력이 90년대 중반에 크게 개선될 것이며 남북한간의 긴장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90년대 중반이나 그 이전에 미군의 일부 감축 또는 철수가 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감축시기·규모 등에 관해 양국정부간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한국을 놀라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일간에는 역사적 불신 등이 가시지 않아 안보동맹관계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경제 및 안보 면에서 역내의 매우 중요한 국가이므로 미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 특히 안보 면에서 계속 거중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 통상압력 약화에 노력할 것이며 부시 대통령은 안보공약을 재 천명할 것이다. 한국인 일반은 학원데모를 우려하고 있어 이번 대사관저 난입사건은 정상회담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워싱턴=한남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