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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판치는 '광주 16번' 동선···유출 문서로 본 16일간 행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A씨 1318명과 접촉"…괴담·가짜뉴스 쏟아져

국내에서 16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광주 21세기병원 관계자가 4일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 병원은 이날 오후부터 임시 휴진에 들어갔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내에서 16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광주 21세기병원 관계자가 4일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 병원은 이날 오후부터 임시 휴진에 들어갔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내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지난달 가족·지인들과 태국여행을 다녀온 뒤 16일 동안 광주 지역 중급병원과 대학병원 등을 오가며 일상적인 생활을 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전날 '맘카페'와 SNS 등을 통해 유출된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문건'을 재구성한 결과다.

광주 광산구, 유출문서 확진자 동선 기록 #1월 27일 통원…1월 28일 이후부터 입원 #태국여행 동행 1명은 친모는 현재 '무증상' #확진까지 연휴 포함 16일…코로나 괴담도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일 "SNS 등에 공개된 16번째 확진환자 발생 보고서는 광주 광산구청에서 작성한 문서"라고 확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환자 발생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은 질병관리본부가 4일 오전 광주시에 거주하는 16번째 확진자를 발표한 뒤 유포됐다.

해당 문건에는 16번째 확진자인 A씨(42·여)의 신원은 물론이고 가족과 직장, 확진자와 가족의 병력, 나이 등 신상정보가 세세히 기록됐다. A씨가 사는 지역에 인접한 주민이나 가족의 직장 동료라면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들이기 때문에 신상정보 유출 논란도 일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방문했던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재 '21세기 병원'이 임시휴업한 4일 병원을 찾은 방문객이 병원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방문했던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재 '21세기 병원'이 임시휴업한 4일 병원을 찾은 방문객이 병원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4박5일 태국여행에 5명 동행

해당 문건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자신의 친모 1명을 포함한 총 5명과 태국여행을 다녀왔다. A씨의 친모는 현재 전남 나주시에 거주 중이며, 보건당국의 조사결과 신종 코로나 증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A씨 친모의 경우 신종 코로나 잠복기를 넘겨 자가 격리조치 뒤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A씨는 태국에서 귀국한지 6일 후인 지난달 25일까지 증상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는 설날과 대체공휴일 등이어서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의 가족들은 오한과 발열 등 증상이 없어 자가격리 등 조치만 취해진 상태다.

4일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발표 뒤 광주광역시 맘카페를 중심으로 유출된 공문서. 광주시 광산구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자 제공]

4일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발표 뒤 광주광역시 맘카페를 중심으로 유출된 공문서. 광주시 광산구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자 제공]

광주 21세기병원서 첫 치료

A씨는 설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광주 광산구에 있는 21세기병원을 처음 찾아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료 당시 38.9도의 열이 확인된 A씨는 거점병원인 전남대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때 전남대병원 측은 A씨에 대해 엑스레이와 혈액검사 등을 실시했지만, '정상' 결과가 나와 폐렴약만 처방해줬다.

당시 A씨는 중국 우한 등 신종 코로나 위험지역을 방문하지 않아 위험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A씨가 과거 폐 질환을 앓았던 점과 전남대병원에 진단 시약이 비치되지 않은 점도 신종 코로나에 대한 감염 의심을 낮췄다.

국내에서 16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광주 한 중급병원 관계자가 4일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 병원은 이날 오후부터 임시 휴진에 들어갔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내에서 16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광주 한 중급병원 관계자가 4일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 병원은 이날 오후부터 임시 휴진에 들어갔다. 프리랜서 장정필

귀국 16일만에야 전남대병원 후송

A씨는 지난달 27일 21세기병원과 전남대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은 뒤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지난달 28일에도 21세기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았다. 이후 A씨는 지난 1일 21세기병원에서 치료받을 당시에는 38.7도의 발열과 함께 가래에서 피가 섞여 나왔다.

A씨는 이튿날인 2일부터는 호흡곤란에 이어 엑스레이와 CT검사를 통해 증상 악화가 확인되자 3일에는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광주 광산구는 3일 A씨의 가족을 격리 조치하고 밀접접촉자를 파악하는 등 조치에 들어갔다.

국내‘신종 코로나’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내‘신종 코로나’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확진까지 16일…코로나 괴담까지

A씨의 신종 코로나 확진 소식이 알려진 이후 광주 지역 안팎에선 '코로나 괴담'같은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다른 확진자들과 달리 A씨의 감염 경로와 동선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코로나)접촉자 수 1318명" "영화관, 대형마트, 사우나, 터미널 등 방문" "XX아울렛 근무, YY아파트 거주" 같은 괴담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와 광주시 등은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라는 입장을 밝혔다. "추후 A씨 동선 등을 정확히 확인한 후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광주지방경찰청도 4일 "국민의 불안감을 조장하거나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가짜뉴스와 유언비어, 허위신고 등에 대해 신속하고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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