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또 “중국인 입국금지 불필요”…중국 업고 당선된 사무총장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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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게브레예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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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한 데 대해 “불필요하다”고 했다. 해외 확산세에 대해선 “아주 적고 느리다(minimal and slow)”는 입장을 밝혔다. 정작 WHO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경각심을 높이기는커녕 중국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최악 상황 대비는커녕 덮기 급급 #NYT “정치적 이유로 판단력 마비”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집행위원회에서 “우리는 모든 나라에 증거에 기초한 일관된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WHO는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국제여행을 방해하는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WHO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있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뿐 각국은 자국의 법 제도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조치를 취하면 된다. 이미 세계 60여 개국에서 중국 방문자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중국 취항 항공편을 축소 및 취소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WHO 사무총장이 각국의 주권적 결정사항을 비난한 셈이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또 “중국의 정책이 아니었다면 중국 밖에서 훨씬 더 많은 감염 사례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해외 확산 사례는 아주 적고 (감염 속도도) 느리다”면서다.

하지만 이는 가파른 신종 코로나 확산세와 온도차가 큰 입장이라는 지적이다. 필리핀에 이어 홍콩에서도 신종 코로나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했고, 중국 내에선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이미 2002~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때를 넘어섰다. WHO는 앞서 1월 23일에도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논의했으나 확산세가 심각하지 않다며 결정을 유보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중국 당국의 부실한 초기 대응이 도마에 올랐던 1월 28일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중국 정부의 과단성 있는 조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각국이 우한에서 자국민을 빼내기 위해 전세기를 투입하자 “과민반응”이라고 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중국과 일종의 ‘특수관계’가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데이비드 나바로 전 WHO 에볼라 특사를 제치고 WHO 사무총장에 선출된 것은 중국이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개발도상국들을 상대로 지원 운동을 벌인 덕이라는 건 공공연히 거론되는 사실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2017년부터 WHO가 속한 유엔 지원금 중 6억4000만 달러를 삭감한 상황에서 거액을 지원하는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미르 아타란 캐나다 오타와대 법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WHO의 비상사태 선포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늦었다. WHO는 정치적인 이유로 판단력이 마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서유진·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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