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개 중 3199개 하한가…중국 예상대로 ‘검은 월요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11일 만에 개장한 3일 중국 증권거래소의 주요 지수가 8% 안팎 대폭 하락했다. 상하이 증권거래소 시황 전광판 대부분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11일 만에 개장한 3일 중국 증권거래소의 주요 지수가 8% 안팎 대폭 하락했다. 상하이 증권거래소 시황 전광판 대부분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열흘간 휴장했던 중국 증시가 3일 개장하자마자 폭락했다. 이날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에서는 개장과 동시에 3199개 종목이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져 거래가 정지됐다. 양대 증시에 상장된 종목이 모두 3700개가량임을 감안하면 중국 상장사 주가 대부분이 하한가를 기록하는 ‘블랙 먼데이’가 벌어진 것이다.

상하이 -7.7%, 선전 -8.5% 대폭락 #11일만에 개장, 쌓였던 매물 몰려 #일본 닛케이 -1%, 대만 가권 -1.2% #코스피 급등락 끝에 -0.01% 보합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인 지난달 23일보다 7.72% 급락한 2746.61로 마감했다. 선전지수는 9%가 넘게 떨어진 채 장을 시작했다가 8.45%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 같은 낙폭은 2015년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중국 증시에서 개별 종목의 가격 제한폭은 상하 10%다. 7~8%의 하락률은 시장 불안이 그만큼 컸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증시는 선방했다. 3일 코스피 시장은 장중 한때 2082.74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 12월 9일(장중 2080.16) 이후 두 달여 만의 최저치다. 그러나 코스피는 낙폭을 줄여나갔고, 한때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등락을 거듭하다가 결국 0.13포인트(0.01%) 내린 2118.87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0.68% 올랐다. 일본 닛케이지수(-1.01%)나 대만가권지수(-1.22%)등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선방한 셈이다.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 개장을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투자자들은 과거 악재 자체보다 막연한 불안감을 더 싫어했다”며 “중국 증시 개장은 그 자체로 불확실성을 덜어낼 수 있는 재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의 낙폭이 장 초반에 비해 줄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은 측면이 있다”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기대감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1조2000억 위안(약 205조원) 규모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에 나섰다. 중국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불거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4조 위안의 유동성을 쏟아부은 바 있다.

증시를 제외한 금융시장 불안은 여전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2bp(1bp=0.01%포인트) 내린 연 1.291%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1.547%로 1.1bp 하락했다.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퍼졌던 지난달 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값 1195원까지 뚝=원화값은 떨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3.2원 내려간 119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는 6거래일 연속 떨어지면서 12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0일(1196.20원)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가치가 1200원의 지지선을 뚫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춘절(중국 설) 전후 대규모 이동이 일어난 것과 최근 확진자와 의심 환자가 급증하는 점이 아직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금값은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이날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48% 오른 6만2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8월 29일(종가 6만540원) 이후 약 5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