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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 계속 증가하는데…‘질병 수사’ 역학조사관 130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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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늘면서 확진자의 동선 파악이 방역 대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업무는 ‘질병 수사관’이라 불리는 역학조사관(이하 역조관)이 맡는데, 현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메르스 당시 부족사태 겪고도 #정부·국회서 번번이 증원 제동 #질본 “민간 전문가 활용 검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일 브리핑에서 “역학조사관이 굉장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중앙과 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 시·군·구 보건소마다 역학조사관이 한 명씩 있어서 본인 지역은 본인이 조사하고 평상시에도 감염원 파악 등의 업무를 일상적으로 진행해야 이런 유행이 생겼을 때 역학조사를 할 수 있다”며 “시·군·구에 그런 역량이 없어 조사 인력이 많이 필요할 땐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의 문제 제기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의 뼈아픈 교훈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감염자가 186명으로 증가하면서 곳곳에서 역조관 부족이 큰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일부만 보완됐을 뿐이다. 번번이 정부와 국회에서 증원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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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에 따르면 현재 역조관은 질병본부 77명, 시·도 53명 등 130명이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총괄팀장은 "증원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특히 시·도는 인구 대비로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종합점검회의에서 “시·도별로 전문성이 있는 공중보건의 역조관은 거의 1명”이라고 말했다.

감염자가 발생하면 과장급 방역관과 역조관 3~4명이 함께 조사해야 한다. 앞으로 감염자가 늘면 인력 부족 현상이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역조관은 2년간 교육을 받고 일을 배워야 한다. 논문·감시보고서 작성 등 과정을 거쳐 기본 자격을 이수해야 정식으로 임명된다. 역조관은 환자가 어떤 증상을 보였는지, 기침을 많이 했는지, 마스크를 썼는지, 접촉자와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접촉 공간이 폐쇄 공간이었는지 등을 파악해 격리 등의 결정을 내린다.

정 본부장은 이와 관련, 2일 브리핑에서는 “역학을 전공한 민간 전문가, 시·도 감염병관리지원단에서 역학조사관 교육을 이수한 인력을 임명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시·도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본부장일 때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에게 검역 인력 보충이 숙원이라고 했지만 후순위로 밀렸다”며 “인력과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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