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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천주교 남북 상호교류 적극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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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불교·천주교에서 성직자·신도들의 남북한 상호방문을 통한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정부도 순수한 종교적 목적이라면 교류를 지원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불교는 14일의 통일기원 한강 연등 대법회에 북한 불교도들의 참석을 기대하고 내년에는 대동강에서 같은 성격의 연등 대법회를 열어 우리 쪽의 불자들이 참석할 수 있게 하자고 제의해 놓고 있다.
천주교는 오는 16일 주교단 회의를 열어 사제들의 방북 문제에 대한 천주교의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은 지난 9월 9일 세계 성체대회를 계기로 20명의 사제를 북한에 파견하겠다고 밝혔었다. 사제단은 성체 대회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 남북 공동미사를 가지겠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정부당국의 사전승인을 전제로 ▲파견 신부들이 북한 신자를 위해 미사를 집전 하는 등 종교적 활동만 하겠다는 것을 시사했다.
정부는 종교계의 움직임에 대해 「순수종교 목적이어야 한다」는 제한을 하고 있지만 막기보다는 지원하겠다는 입장에 서 있다. 사제단의 방북 제의에 대해 주교단의 결정이 있으면 천주교 전체의 의사로 간주, 허락하겠다고 한 것이나 한강 연등 대법회 북한 신도 참석을 위한 판문점 회담을 주선하겠다는 것이 그 같은 분위기를 읽게 한다.
종교적 상황에 있어서나, 종교인 남북 교류가 이루어진 경우 북한측이 종교적인 만남을 정치선전에 이용할 때의 득실에 있어서나 우리 쪽이 불리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고 하겠다.
불교의 남북교류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불교인들은 보고 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한강 연등 대법회 북한 불교도 초청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기대원 스님은 『평양 연화사에서 박태호 조선 불교도 연맹회장과 이칠보 상임위원 등을 만난 결과 종교적 목적만으로 한강 연등 대법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귀국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대원 스님은 『7일의 조선 불교도 연맹 대변인 담화에서 통일 문제도 논의하자는 내용이 담긴 것은 통일을 기원하는 법회인 만큼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는 정도의 의사 표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원 스님은 북한이 내년에 대성산 광범사를 대대적으로 보수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전통 불교건물 전문가·단청 전문가가 없어 고민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면서 그 같은 기술적인 면에서의 상호 협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다른 종교보다는 불교에서 문화재 등 유산이 많고 신앙적 기반도 넓어 종교간의 교류에서 불교에 우선 순위를 두려고 하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천주교 주교단의 16일 회의에서 사제들의 북한 파견은 긍정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문규현 신부 북한 파견으로 생겨났던 내부 갈등이 어느 정도 극복되었고 사제단들도 방북하여 순수 종교적인 활동만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불교·천주교의 지도층들은 그러나 남북 교류에 있어 북한측이 순수종교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시도를 해올 가능성에 대해 유의하고 있다.
서의현 한국 불교종단 협의회장은 12일 북한 불교도 측이 연등제 참석을 위한 접촉에서 정치적인 제의를 해올 경우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천주교 지도자들도 종교인간의 교류 그 자체가 통일기반 조성에 기여하는 것인 만큼 종교인들이 성급하게 통일 논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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