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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내륙철도 ‘진주’를 뺐다···'창원의 도발' 노선 갈등 2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작성한 기초용역 보고서상 남북내륙철도 노선도.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작성한 기초용역 보고서상 남북내륙철도 노선도. [연합뉴스]

경남 거제~경북 김천을 잇는 남부내륙고속철도(서부경남KTX·172.38㎞) 노선 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기존에는 경남 합천 해인사와 거창군, 경북 성주·고령군이 역사(驛舍)유치에 나서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번에는 창원시가 서부경남쪽으로 치우친 노선을 중부경남을 지나는 노선으로 변경해 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또다시 갈등이 촉발됐다.

창원시 지난해 말 정부에 중부경남으로 노선 변경 건의 #진주시 "국토균형 발전 원래 취지 훼손, 당초 계획대로"

29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창원시는 기존 서부 경남 쪽으로 치우친 남부내륙철도 노선 대신 중부 경남을 지나는 노선변경을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시 관계자는 “남부내륙철도 노선과 정차역을 정하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에 의견을 내달라는 정부 요구에 따라 기존 서부 경남 쪽으로 치우친 노선 대신 중부 경남을 지나는 노선 변경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작성한 기초용역 보고서상 남부내륙철도 노선은 김천~성주~고령~합천~의령~진주~고성~통영~거제 등 9개 지역을 통과한다.  이 구간은 진주를 통과해 서부 경남 쪽으로 치우쳐 구부러진 형태다. 창원시는 대신 김천∼합천∼함안 군북∼고성∼통영∼거제 구간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낸 상태다. 창원시는 이렇게 중부 경남권인 함안 군북을 통과하는 쪽으로 노선이 직선화하면 열차 운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건설비 절감 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또 노선이 창원과 김해에 가까워지면 남부내륙철도 이용객도 더 늘어나는 등 수혜 폭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노선이 진주를 거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창원시는 최종 목적지가 다른 열차 두 대를 붙인 복합열차를 운행하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안 군북은 진주∼창원(마산)을 연결하는 기존 경전선이 지난다. 복합열차를 운행하면 함안 군북에서 열차가 2개로 분리되면서 진주, 창원 양쪽으로 모두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창원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창원시 입장을 2월 중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창원시가 이런 건의를 한 것이 알려지자 진주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사업의 취지 자체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 면제를 해 줬고, 특히 서부 경남 지역이 너무 낙후됐고 철도 서비스가 제일 안 좋은 곳이 역시 서부경남이다”며 “남부내륙철도 노선을 바꾸는 것은 사업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고 국토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대출(진주갑)·김재경(진주을) 국회의원은 최근 입장문 등을 통해 “남부내륙철도는 진주 등 낙후한 서부 경남 주민들의 오랜 꿈이다”며 “국토균형발전 취지를 살려 남부내륙철도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경남도의회 남부내륙철도 조기 건설을 위한 특별위원회도 29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창원시의 남부내륙고속철도 김천∼창원 노선 변경 건의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경북 고령군 문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 유치 범군민 결의대회'를 마친 군민들이 거리행진을 하며 '고령역 유치'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5월 경북 고령군 문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 유치 범군민 결의대회'를 마친 군민들이 거리행진을 하며 '고령역 유치'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통영·거제·고성도 진주시와 비슷한 입장이다. 변광용 거제시장, 강석주 통영시장, 백두현 고성군수 등은 지난 28일 통영의 한 식당에 모여 정부가 남부내륙철도 노선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진주시와 비슷한 입장을 냈다. 이들은 “남부내륙철도는 원안대로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국토부 장관과 면담을 추진하는 등 3개 시·군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합천 해인사가 옛 해인사 IC 근처에 해인사 역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합천읍 인근에 역사 유치를 원하는 합천군과 다른 입장을 내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해인사 역과 가까운 거창군이 해인사와 입장을 같이하면서 양 자치단체로 갈등이 확산하는 추세다. 여기다 기초용역 보고서상 역사 설치 계획이 없던 경북 고령과 성주군도 역사 신설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남북내륙철도 역사 유치 경쟁을 갈수록 점입가경 형태로 치닫고 있다.

창원·진주=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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