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학생 7만명···대거 입국 앞두고 대학가 우한폐렴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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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오후 세종정부청사에서 대학 관계자들과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교육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오후 세종정부청사에서 대학 관계자들과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교육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대학들에 졸업식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등의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라고 요청했다. 국내 대학에는 7만명이 넘는 중국인 유학생이 재학하고 있어 대학가는 캠퍼스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중국인 유학생 대거 입국에 대비해 정부와 대학, 보건소 간 긴밀한 협조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교육부는 29일 오후 대학 학생처장과 국제처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주로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에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해 교육부와 24시간 긴밀히 소통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2월 중순부터 대학에서 진행하는 졸업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수련회 등을 연기 또는 철회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국 입국이 불가능한 우한 지역 학생들이 수업 부족으로 학위를 취득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사일정을 조정할 방침이다. 유학생들이 이용하는 대학 국제관이나 기숙사에 대한 방역에 힘쓰는 한편 중국 전역에서 입국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건강 점검을 하도록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 유학이 취소되거나 자가격리를 하는 학생 중에 국가장학금을 제대로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 해결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유학생 44%는 중국인…대부분 서울서 대학 다녀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2019년 기준 7만1067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44.4%를 차지한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은 경희대(3839명), 성균관대(3330명), 중앙대(서울·3199명) 등 대부분 서울 소재 대학들이다.

대학은 3월부터 개강하지만 적지 않은 유학생들이 미리 기숙사 등에서 생활한다. 게다가 중국인 어학연수생이 연간 9000여명에 이르는데, 이들은 방학 중에 대학에서 여는 어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대학은 설 연휴 직후인 28일에는 어학당을 휴강하며 추이를 지켜봤지만 이후 정상 운영에 들어가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통해 중국에서 돌아온 학생들을 파악하고 수업에 나오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은 중국 교환학생 초청 프로그램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기도 했다.

대학 캠퍼스에 감염이 확산하느냐 여부는 다음 달이 고비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춘절 연휴를 2월 2일까지로 연장함에 따라 2월 초부터 명절을 보내고 돌아오는 유학생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춘절 이후 유학생 대거 입국을 앞두고 중국 내 상황을 대학에 빠르게 공유할 계획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2월부터 중국 유학생 수백명이 돌아올 예정이라 긴장하고 있다”며 “각종 행사는 대부분 취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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