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정취 무르익은 산과 계곡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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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단풍의 물결이 빠른 속도로 남하하고 있다.
지난주 설악산을 온통 수놓았던 오색단풍은 이번 주말과 다음주를 고비로 경기·강원·충청일대에서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휴 때 산을 찾은 사람들은 올해 단풍의 특징이 어느 해보다 곱고 화려하다고 말한다. 이는 적당한 강우량과 쾌청한 날씨 때문.
그러나 이름난 산에는 주말마다 인파가 몰려 교통·식수·환경 등의 어려움으로 피로만 안고 돌아오기 십상이다.
「명산의 단풍절정기에는 명동 만한 인파가 몰린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단풍 아래 사람끼리 어우러짐을 특별히 즐기는 사람도 많겠지만 오붓하게 가을정취를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번 주말 중부지방에 있는 산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산세나 계곡단풍도 어느 명산에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을 산의 현란함과 고즈넉한 풍취를 맛볼 수 있는 산 몇 곳을 소개한다.

<유명산>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에 있는 8백64m로 정상일대의 고원에서 말이 뛰어 놀았다 해서 마유산 이라는 이름도 갖고있다.
양평군 용문산과 바로 이웃해 있으며 고원의 억새 숲과 터널을 이룬 단풍이 유명하다.
입구 일대의 맑은 계곡물은 언제나 다름없고 유명천 좌우의 기암괴봉과 울창한 수림은 설악산을 무색케 한다.
정상까지 오르고 내리는데 4시간 정도면 되므로 서울·춘천 등 중부도시에서는 당일여행도 가능하다.
요즘은 단풍과 함께 억새꽃이 필 무렵이므로 정상의 경치가 장관이다.
교통은 가평읍 내에서 버스를 갈아타도 좋고, 서울상봉터미널에서 가일리까지 가는 직행버스도 수시로 운행된다.

<삼악산>
춘천 의암호 변에 위치한 6백54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빼어남이 설악준령을 닮았다.
의암댐 옆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 춘천호반에서 아침햇살을 받아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발 밑을 뒤덮어 선계인양 착각하게 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 뒤돌아보면 호수에 뜬 작은 섬들이 유럽에서 본 어느 명승지 못지 않다.
30분쯤 오르면 상원사가 있고 여기서 약수로 목을 축이고 다시 30분쯤 오르면 정상에 이른다.
떡갈나무가 특히 많으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의암호와 북한강이 그렇게 멋질 수 없다.

<지장산>
포천과 연천 접경에 위치한 8백77m로 단풍나무가 유난히 많고 고운게 특징이다.
특히 지장계곡의 좌우 산자락과 바위사이에 핀 단풍은 일대 장관.
기암절벽과 곳곳의 폭포와 소가 한데 어울려 어느 한곳 멋지지 않은 데가 없다.
그 중에서도 중리저수지→지장계곡→삼형제봉→북대능선→화인봉을 거치는 단풍코스가 일품이다.
서울상봉터미널에서 포천행 버스를 탄 후 다시 관인면행 시외버스로 갈아탄다.
부근 중리에서는 민박(5천원)도 가능하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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