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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대구신공항 의성 비안·군위 소보로…주민투표 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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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중앙포토]

대구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중앙포토]

국방부가 경북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을 대구신공항 이전지로 정해 추진키로 했다. 국방부 측은 29일 "6만여명의 군위·의성군민이 참여한 주민투표(21일)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방부 이전지 입장 정리, 선정위 안견 올리기로 #군위군 반발, 의성군은 "투표결과 그대로 가는 것" #

대구신공항 이전 후보지는 두 곳이다. 단독 이전지인 경북 '군위군 우보면'과 공동 이전지인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이다. 지난 21일 이전지를 정하는 주민투표에선 공동 이전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군위군은 단독 이전지에 신공항을 유치하겠다며 국방부에 22일 새벽 유치 신청을 했다.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군위군민들의 의견만을 고려해 군민들이 더 많이 투표한 군위군 우보면에 대한 유치 신청을 한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조만간 국방부는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을 공항 이전지로 정해 선정위원회 안건으로 올릴 것으로 안다. 그러면 선정위원회가 이전지의 적법성 등을 심사해 최종 국방부의 신공항 이전지를 결정하게 된디"고 설명했다. 공항 선정위원회에는 정부 부처 차관, 국방부 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국방부의 공동 이전지 선호 방침이 알려지자 군위군은 반발하고 있다. 행정소송을 해서라도 공항 이전지 문제를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군위군 측은 "공항 선정위원회는 관할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유치 신청된 후보지에 대해서만 선정기준을 적용해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수 있다. 유치신청이 되지 않은 후보지에 대해 점수로 산정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즉, 국방부가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지역을 신공항 이전 부지로 결정할 경우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군위군이 근거로 삼고 있는 법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8조로, 제3항에 '유치를 신청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부지를 선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행정소송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배경이다.

반면 의성군은 답답한 게 없는 모양새다. 의성군 관계자는 "21일 주민투표에서 공동 이전지가 최다 득표를 한 만큼 그 투표 결과를 따르는 것이 당연한 (국방부의) 결정 아니냐"고 했다.

대구 동구 지저동에 위치한 대구공항 활주로에 전투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고 있다. [뉴스1]

대구 동구 지저동에 위치한 대구공항 활주로에 전투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고 있다. [뉴스1]

군민들의 반응도 갈렸다. 배대성(62·의성군 비안면)씨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낙후 지역이었던 의성군에 관문공항이 들어서게 돼 기쁘다"며 "일자리도 많이 생기고 공항 이용객들이 지역에 몰려들어 경제 활성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도시를 잇는 교통망도 연결돼 주민들에게 밝은 미래가 열린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군위군 출신 이재훈(35)씨는 "주민투표 결과에서 군위군민들의 의견만 따져보면 소보면으로 신공항이 이전하는 데 반대한 비율이 70% 이상"이라며 "공동 후보지로 신공항이 이전된다면 군위군민들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된 채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신공항 유치는 의성·군위 모두 ‘생존’ 문제가 걸려 있다. 의성·군위는 똑같이 지방소멸 지자체다.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에 따른 인구 감소, 일자리 부족, 젊은 층의 도시 이주로 쇠락의 길을 걷는 중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의성군은 인구가 5만2595명(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지난 5년간 매해 감소해왔다. 2015년 5만4477명, 2018년 5만2944명 순이다. 군위군도 마찬가지다. 2015년 2만4126명, 2018년 2만3919명으로 감소, 지난해 12월엔 2만3843명으로 더 줄었다.

만 20~39세인 가임 여성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고령자가 늘면서 고령화율은 높아지고 출산율은 낮아졌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의성군의 65세 이상 고령화율(지난해 12월 기준)은 전체 주민의 39.9%다. 군위군의 고령화율은 38.4%다. 출산율은 의성군의 경우 1.63, 군위군은 1.179다. 의성군 측은 “2013년 이래 출생(200여 명) 대비 사망(800여 명)이 4배로 고착화했다”고 설명했다.

김주수 의성군수가 대구통합공항 이전지 결정을 위한 경북 군위·의성 주민투표가 실시된 21일 오후 신공항 의성군유치위원회 사무실에서 개표 결과 의성군 공동후보지(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가 찬성률 90.36%(3만8534표)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뉴스1]

김주수 의성군수가 대구통합공항 이전지 결정을 위한 경북 군위·의성 주민투표가 실시된 21일 오후 신공항 의성군유치위원회 사무실에서 개표 결과 의성군 공동후보지(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가 찬성률 90.36%(3만8534표)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의성·군위는 전국 228개 기초단체(시·군·구) 가운데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의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따르면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시·군·구는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각각 0.143)이 공동 1위로 나타났다. 지수가 낮을수록 소멸 위험이 크다. 0.2~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진입 단계,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신공항을 유치하면 3000억원의 선물 보따리가 지역에 쏟아진다. 공항 기반 시설과 주변 시설이 생기면서 상권 활성화,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등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지방소멸 해법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대구=김윤호·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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