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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영 '살생부 22명'에 전화돌렸다···거론 의원들 "난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 결과 하위 20%에 속한 의원 22명이 28일 개별 통지를 받았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이날 원혜영 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해당 의원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렸다. 앞서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는 지난 6일 소속 의원 130명 중 불출마자 등을 제외한 112명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지난 20일을 전후해 공관위에 평가결과를 봉인해 전달했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통보를 받은 의원은 당규 74조에 따라 48시간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28일 오후 6시까지는 전부 통보된다고 보고, 오후 6시부터 48시간 동안 이의신청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30일 오후 6시까지가 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의가 있는 의원들은 관련 내용을 서류 형태로 정리해 원 위원장에게 제출하게 된다.

민주당이 4·15 총선 지역구 후보 선출을 위해 마련한 특별당규 18조에 따르면, 하위 20%에 속한 의원은 공천 심사 결과의 20%가 감산된다. 과거와 달리 공천 배제(컷오프)까지는 아니지만, 향후 경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사실상 ‘살생부’와 같다. 청년·여성 등의 경우 최대 25%, 정치 신인은 최대 20%의 가산을 하는데, 하위 20%에 속한 의원이 이러한 후보와 맞붙을 경우 최대 45%포인트의 간격이 벌어져서다.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당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위원장을 맡은 원혜영 의원(왼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당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위원장을 맡은 원혜영 의원(왼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민주당 공천 신청도 이날 오후 6시에 마감되면서 국회 의원회관은 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지난 20일부터 지라시 형태로 공공연히 돌기 시작한 ‘하위 20% 명단’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민주당 공관위는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4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평가 결과는 철저히 기밀이 유지되고 있고, 어떠한 경우에도 공개된 적이 없다”며 “최근 온라인상의 허위 명단 배포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엄포를 놨지만, 여진은 여전하다.

지라시 명단에 하위 20%로 거론됐던 의원 측은 하나 같이 원 위원장 통보 여부를 부인했다. 다선의 A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난 의정활동과 당 기여도 모두 상위에 있다. 원 위원장도 난 (하위 20%가) 아니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B의원은 “난 아니다. 유도심문하지 말라”고 했고, 지방에 지역구를 둔 C의원도 “원 위원장님 전화 받지 않았다. 다른 의원 것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중진 D의원은 “나는 절대 아니다”고만 짤막하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민주당에선 통보를 받은 의원들이 일단은 이를 부인하고 무시 전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가 많다. 하위 20%에 포함됐다고 시인하는 순간 언론에 이름이 노출되고, 그것만으로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해서다.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는 하위 20%가 아니지만, 설사 이름이 오르더라도 경선은 끝까지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가 시작된 17일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한 예비후보가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가 시작된 17일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한 예비후보가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다. [연합뉴스]

실제 경선 국면에 들어서면 상대 후보가 ‘하위 20%’ 꼬리표를 흑색선전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라시에 이름이 오른 의원의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상대 예비후보 측은 해당 의원이 실제 하위 20%에 포함됐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반면, 지라시 명단에 들어간 의원 일부는 서둘러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등 출마 의지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공관위는 오는 30일부터 2월 5일까지 서류심사를, 2월 7~10일에는 면접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접수된 공천 신청자를 대상으로 공천 적합도 조사(당선 가능성)부터 벌일 계획이다. 특별당규 15조에 따르면 공천 심사 배점 구성은 ▶정체성 15% ▶기여도 10% ▶의정활동능력 10% ▶도덕성 15% ▶당선 가능성 40% ▶면접 10%로, 이 중 당선 가능성의 비중이 가장 크다. 지역구 내 1·2위 후보자 간 공천 적합도 조사 결과 격차가 20% 이상일 경우, 공관위가 단수공천을 할 수 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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