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한폐렴 사태로 중국 경제 타격 불가피…사스 때와 상황 달라”

중앙일보

입력

27일(현지시간) 우한 중산 공원 근처 쇼핑몰 인근이 유령 도시가 된 모습. [신화=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우한 중산 공원 근처 쇼핑몰 인근이 유령 도시가 된 모습. [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3년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SARS) 발병 때와 비교해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커져 파급력이 상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사스 사태 때 중국 수출 35% 증가 #"중국 부채 역대 최대…재정 조치 어려워" #IMF "중국 경제 영향력 8.7%→20% 늘어" #지난해 중국 성장률 6.1%…바오류 턱걸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올해 중국 1분기 경제성장률이 3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중국 내 소비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가뜩이나 부담을 안고 있는 중국 정부 지도부가 이번 폐렴 사태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2003년 사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당시 중국 성장률은 1분기 11.1%에서 2분기 9.1%로 떨어졌지만, 연간 성장률은 10%로 전년(9.1%) 대비 0.9%포인트 올랐다. 투자은행 맥쿼리 차이나의 이코노미스트 래리 후는 “사스 발병에도 불구하고 2003년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며 “당시 중국은 수출 증가 사이클의 초기 단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스 발병 당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7%였지만, 올해는 20%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현재 경제 상황이 당시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0%가 넘는 고성장을 지속하던 17년 전과 다르게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6.1%로, ‘바오류(保六·경제성장률 6%대 유지)’를 간신히 사수했다.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정부·기업·가계 부채 역대 최대치로 오른 상태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톈레이 황 연구원은 “현재 중국은 대규모 재정적자 상태이기 때문에 (사스 발발 때처럼) 재정적 조처를 추진할 여력이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26일(현지시간) 중국 우한에 투입된 군 의료진 450여명이 지정된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중국 우한에 투입된 군 의료진 450여명이 지정된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경제에 블랙스완(가능성이 작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이 될 우려가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주요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금융학과 교수는 “모든 건 질병이 얼마나 빨리 확산할지에 달려있다”며 “사태가 악화할 경우 중국 소비 지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 중국 경제 분석가인 줄리언 에번스 프리처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중국의 성장 속도를 확연하게 둔화시킬 것”이라면서 “사태를 신속하게 수습하지 못할 경우, (중국 경제성장률에 관한) 우리의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