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확진자 진료한 평택 의원, 5년전 메르스 환자도 들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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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평택시의 한 의원. '병원 사정으로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모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평택시의 한 의원. '병원 사정으로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모란 기자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네 번째 확진자가 방문한 경기 평택시 소재 의원이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 사태 때도 환자가 들렀던 곳으로 확인됐다.

전문가 "문진에 아쉬움, 좀 더 적극 대응했어야"

보건당국에 따르면 55세 남성 A씨는 지난 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로 관광을 갔다가 20일 귀국했다. 입국 당시엔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21일 감기 증세가 나타나면서 평택에 있는 365연합의원을 찾았다. 그러다 25일에 38도가 넘는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하면서 같은 의원을 다시 방문했다.

두 번째 진료에서 해당 의원이 보건소에 신고하면서 A씨는 능동감시자로 분류됐다. 능동감시는 집에 머물며 보건소 지시에 따라 증상을 살피다가 의심 증세가 발생하면 신고하는 식이다. 폐렴 진단을 받은 A씨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된 뒤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우한 폐렴 네번째 확진자가 들렀던 365연합의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메르스 확진 환자가 경유한 곳으로 공개된 바 있다. 당시 평택은 메르스가 확산된 지역 중 하나였고, 많은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했다. 해당 의원도 2015년 5월 24일과 31일 메르스 환자가 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감염병 환자가 이곳에 5년 간격으로 연이어 찾아온 것이다. 현재 의원은 진료를 중단하고 문 닫은 상태다.

한편 이 의원을 두고 위험지역 방문 이력 등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DUR의 여행이력정보 프로그램(ITS)에 따르면 '동 수진자(환자)는 중국 우한시 방문 입국자로 신고 대상에 해당될 경우 1339 또는 관할 보건소로 신고 바랍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귀국 14일 이내에 발열과 호흡기 증상(기침ㆍ호흡곤란 등)이 있는 등의 환자가 신고 대상이다.

그런데 해당 의원은 우한에 다녀온 환자 A씨를 21일, 25일 두 차례 진료한 뒤에야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첫 번째 진료에서 해외 방문 이력을 확인하고 환자를 유심히 살폈다면 나흘 가까운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A씨는 공항 리무진 버스, 택시, 약국 등을 이용하면서 96명과 접촉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DUR을 구동한 것으로 보이지만 제대로 따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평택시에 따르면 환자가 중국 방문 사실을 알렸는지 여부를 두고 의원과 환자 측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의원에선 환자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밝힌 반면, 환자는 의사에게 중국에 다녀온 걸 알려줬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에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감염내과 의사는 "해당 의원이 조금 더 적극적, 탄력적으로 대응했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최근 독감 등 외래 환자 많은 의원급 상황을 이해하지만, 환자를 충분히 문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종훈·최모란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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