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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입국 금지? 사스·메르스 때도 안 했고 WHO도 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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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네 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27일, 이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감염 예방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네 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27일, 이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감염 예방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시작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국내에서도 확진자 4명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아예 중국인 입국 자체를 막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47만 명 넘게 참여 #의협도 “입국 금지 고려를” 했지만 #청와대 “그런 조치 가능성 낮다” #입국 제한하면 중국 보복 등 우려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란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27일 오후 기준으로 47만 명 넘게 참여했다. 의협은 26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중국인 입국 금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전면적인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는 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크다. 정부로선 여러모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도 이날 국민청원과 관련해 그런 조치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동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 단계에서 WHO의 결정을 벗어나는 상황은 (우리 정부에서도) 아마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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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규약상으로도 한국이 앞장서기 쉽지 않다. WHO의 국제보건규칙(IHR 2005)은 ‘질병 확산을 통제하더라도 국가 간 이동을 불필요하게 방해해선 안 된다’(2조)는 원칙을 내세운다. 최대한으로 보면 ‘의심·감염 환자 입국 거부’나 ‘비감염자의 감염 지역 입국 차단’까진 허용하지만 출입국 자체를 원천 봉쇄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국내에서 해외 유입객을 완전히 막아버린 전례도 없다. 2003년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도 국내외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했지만, 정부가 나서서 중동이나 중국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을 차단하지 않았다. 국경을 아예 막아버리면 밀입국 같은 사각지대로 생각지도 못한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도 고려할 부분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 배치에 반발하면서 ‘한한령’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 전면적인 입국 제한 조치가 이뤄지면 보복 차원의 또 다른 한한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인 입국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 내에서도 외교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WHO에서 아직 국제적인 비상상태를 선포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 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WHO에선 공중보건 위기 선언을 해도 사람 간 교류를 금지시키지 않는다. 중국 전역에 대해 입국 금지할 만큼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중국인들은) 현재 출입국 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이유정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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