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9억 넘는 1주택자, 자녀교육 위해 전세로 이사 가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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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A. 서울·광역시 내 이동은 전세대출 불가 

지난 20일 시행된 전세대출 규제를 둘러싼 혼란이 여전하다. ‘세 주고 세 사는’ 전세대출자나 대출예정자라면 달라진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건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복잡한 ‘전세대출 규제’ 총정리 #9억 넘는 집 전세대출 받아 샀는데 #대출자 주택 보유 석달마다 체크 #걸리면 대출금 한꺼번에 갚아야

① 전세대출 받아 갭투자 하려면=우선 전세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하는 것은 상당 부분 막혔다. 20일 이후 전세대출을 새로 받을 땐 ‘고가(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취득하거나 다주택자가 되는 경우 대출을 회수한다’는 내용의 추가약정서를 맺기 때문이다. 이후 은행이 전세대출자의 주택 보유 현황을 최소 3개월에 한 번 체크한다. 9억원 초과 주택을 새로 사들이거나, 2주택 이상 보유한 것이 걸리면 ‘기한이익 상실(만기 전 회수)’ 조치에 들어간다. 대출금을 한꺼번에 몽땅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② 무주택자, 전세대출로 8억 집 사려면=‘전세대출 회수’ 규제와 관련해 많은 이들이 헷갈리는 게 ‘9억원 초과’를 판단하는 시점이다. 무주택자가 20일 이후 전세대출을 받은 뒤 시가 8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했는데, 혹시 이후 집값이 뛰어서 9억원을 넘기면 그때도 전세대출이 회수되는 게 아니냐는 오해가 있다. 그건 아니다.

규제 내용을 뜯어보면 고가주택 ‘보유’가 아니라 ‘취득’하면 회수 대상이라고 돼 있다. 이는 무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아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뜻이다.

2주택자는 집값과 상관없이 다주택 보유만으로 전세대출의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8억원짜리 집을 이미 보유한 1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아 시가 8억원짜리 집을 갭투자해서 2주택자가 되는 길은 막혔다.

③ 세 주고 세 사는 고가 1주택자는=기존 전세대출자는 규제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규제 시행 전 전세대출을 받아둔 고가주택 보유자를 예로 들자. 서울 송파구에 9억원 넘는 주택을 가진 A씨는 전세대출 2억원을 받아 강남에서 7억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다. 그런데 전세 만기일인 2020년 9월 집주인이 전세금을 2억원 더 올려달라고 한다. 이 경우 A씨는 전세대출금을 4억원으로 올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기존에 나간 대출금 만큼(2억원)만 만기 연장이 되고 추가 증액은 불가하다. 따라서 2억원은 A씨가 다른 수를 써서 마련해야 한다. 사례 속 A씨가 살고 있는 강남구 집주인이 A씨에 나가달라고 요구하면 더 난감한 상황이다. 이사를 가면 기존에 받아둔 전세대출금 2억원은 연장조차 불가하기 때문이다.

④ 강남 1주택자, 부산으로 전근 가는데=정부가 시가 9억원이 넘는 1주택자에 대한 전세보증을 전면 제한했지만 몇 가지 실거주 수요 예외 사례를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근(직장이동)이다. 가족이 서울에 있는 보유주택에 살고 있는데 아빠가 부산 근무 발령을 받은 경우다. 이 경우 아빠가 부산에서 전세를 살 수 있도록 전세대출을 열어주는 것이다. 단 인사발령서 등 전근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회사에서 받아 제출해야 한다.

지방에서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데 자녀가 서울로 진학한 경우(자녀교육)도 사유가 인정된다. 자녀의 재학증명서나 합격통지서 등을 증빙자료로 제출해야 한다. 이밖에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경우, 60세 이상 부모님을 모시기 위한(부모봉양) 전세 주택이 필요한 경우, 학교 폭력에 따른 전학 등 역시 실수요로 인정이 된다.

단 실거주 수요는 보유주택 소재 기초 지자체(시·군)를 벗어난 전세 거주 수요만 인정한다. 서울시나 광역시 내의 구(區)간 이동은 인정하지 않는다. 또 가족이 나눠 거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문서로 증빙해야 한다. 예컨대 수도권의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가 자녀 교육 문제로 서울 강남·목동 등지로 전세를 구해 이사하려는 경우, 자가와 전셋집 모두 살아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 못 한다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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