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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국회] 비키니 입은 아나운서가 뭐 어때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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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김주희(사진) SBS 아나운서의 미스 유니버스 대회 출전을 놓고 말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현직 아나운서가 성을 상품화하는 미인대회에 출전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이해하기 힘들다.

김씨는 국영방송이나 공직자도 아니다. 민영방송 SBS의 직원이다.

미인대회가 성을 상품화하므로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사실상 성을 상품화하는 텔레비전 광고들은 모두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은 상품으로 변환될 수 있다. 이런 행위를 모두 좋다고 할 수는 없으나 법의 한계나 절대 다수의 대중이 공감할 정도의 도덕에 어긋나지 않는 한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주로 진보성향의 여성단체들은 미스코리아 대회 같은 미인대회가 남성들 입맛에 맞는 왜곡된 미인상을 고착시키고 성을 상품화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재미있는 것은 미스코리아 대회가 공중파 중계를 못할 만큼 쇠락해가는 과정이 한국 사회에서 보수이념이 퇴조하고 중도-진보 이념이 득세해가는 과정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내가 볼 때 미스코리아 대회 비판이나 김씨의 미스 유니버스 출전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행동이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없어져도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김씨의 출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라면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의사나 학문을 통해 세상을 선도하는 대학교수들도 상업광고에 출연하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의사와 교수의 광고 출연을 막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미인대회를 매도하는 시각은 곧 새로운 권력으로 변화되었고 그 권력은 미스코리아 대회를 쇠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권력에 김씨가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결국 용기있는 사람이 승리하고 세상을 바꾼다.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나는 김주희 아나운서가 좋다.

곽호성(yujinkwak) 디지털국회 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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