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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조각상'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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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3년 미군의 이라크 침공 때 도둑맞은 4400년 전 고대 수메르 조각상(사진)이 이라크 국립박물관으로 돌아왔다. 뉴욕 타임스는 "이라크 침공 당시 박물관에서 유물이 약탈되자 미국은 유물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각계로부터 비난을 받아 왔다"며 "결국 미 정부가 비밀작전 끝에 유물을 되찾아 이라크에 돌려줬다"고 27일 보도했다.

사라졌던 유물은 고대 라가시의 엔테메나 왕의 조각상. 이 유물은 시리아 국경을 넘어 국제 골동품 암시장에 흘러나왔다. 그러나 미 정부는 이 조각상이 어떤 경로를 거쳐 이라크로 되돌아오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타임스는 "이 조각상 환수작전에는 골동품 밀수출, 국제 골동품 딜러와 외국에 거주하는 이라크인 사업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뉴욕과 제네바에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골동품 딜러 히캄 아부탐은 레바논을 방문했을 때 이 조각상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약탈된 유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구입하지 않았다. 이후 아부탐은 미 정부에 조각상에 대해 귀띔했다. 2004년 다른 골동품 거래와 관련해 관세 위반으로 기소된 바 있는 그는 정부의 요청으로 브로커와 접촉했으며 거래를 추진했다. 타임스는 "이 과정에서 얼마의 돈이 어떤 조건으로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이라크에 돌아온 유물에는 새로운 흠집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밀수꾼들이 무거운 조각상을 옮기기 위해 대리석 바닥에 굴리는 등 험하게 다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유물은 고대 도시인 우르 유적 발굴 때 나온 것으로, 발견 당시부터 머리 부분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라가시로부터 우르가 해방되면서 우르 사람들이 이를 상징하는 의미로 라가시 왕의 머리를 훼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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