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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외교 부처 엇박자난 北 관광 구상...지난해 식량 지원 무산 재연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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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 개별 관광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놓고 부처 간 엇박자가 나고 있다.

전날 통일부 구상에 외교부, "의견 구하면 협의" #외교부에 협의 없이 발표하며 "제재 문제 없다" #작년 5월 쌀 5만t 지원 때도 청와대→부처 하향식

통일부는 20일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개별 관광 추진 등 남북 직접교류 구상을 출입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참고자료까지 냈다.

그러나 정작 대북제재 관련 업무와 한·미 워킹그룹 소통을 맡고 있는 외교부는 놀랐다고 한다. 사전에 통일부의 발표 내용을 제대로 공유 받지 못해서다. 북한 비핵화 협상과 대북정책 조율을 총괄하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통일부의 관련 구상 공개 몇 시간 전인 19일 오후에야 방미를 마치고 귀국했다.

사전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인지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금강산 개별 관광이 한ㆍ미 워킹그룹의 논의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말씀드린 적은 없다”라거나 “검토가 필요하다”고만 답했다. 이 당국자는 “(관광과 관련해) 현재 구상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이라며 “제재 예외 혹은 면제를 위해선 상당히 상세한 사항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외교부에 의견을 구해올 수 있다. 앞으로 (통일부와)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통일부 구상에 따르면 정작 한·미 워킹그룹의 역할은 애매해진다. 북한 개별 관광은 제재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통일부는 이날도 금강산 개별 관광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국가에 사는 개인의 사적인 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개별 관광은 개인의 자율적인 왕래이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없고, 따라서 대북 제재와도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또 개별 관광은 철도·도로 공동조사나 이산가족 상봉과 같이 국가 혹은 공적 기관이 관여하는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과거 이 사업들은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유엔 안보리에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은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금강산관광지구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은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금강산관광지구 모습. [연합뉴스]

한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개별 관광 재개 구상을 밝힌 후 부처 간에 손발이 안 맞는 모양새가 됐다"며 "유사한 상황이 지난해 5월 대북 식량 지원을 추진할 때도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당시 청와대는 북·미 대화 교착 타결을 위해 대북 식량 지원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이후 통일부는 “쌀 5만t을 세계식량기구(WFP)를 통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북한은 수령을 거부했다. 이번에도 북한과의 사전 조율 없이 개별 관광 추진을 발표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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