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통일에 희생돼선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고려대 평화연구소(소장 이호재)가 금년 들어 지난3월17일부터 매주 금요일 무료로 실시하고 있는「평화강좌」가 횟수를 더해가면서 토론학술 공간으로 정착돼가고 있다.
한반도지역의 평화정착과 정의로운 정치질서창조에 학문적·이론적 뒷받침을 하기 위해 개설된 이 강좌는 그간의 학술강좌들이 초래하기 쉬웠던 학문적 딱딱함을 평이하면서도 수준 높은 강좌와 활발한 토론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 때문에「한국사회의 평화를 위한 정치사회학」을 주제로 지난 1학기동안 10회에 걸쳐 진행된 제1차 평화강좌에는 학생은 물론 회사원 등 1천 여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또 지난 9월2일부터「남북분단의 극복과 평화」를 주제로 지금까지 3회에 걸쳐 실시한 제2차 평화강좌에는 매회 평균 1백50명씩 참석,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제2차 평화강좌는 제1부「분단의 역사적 고찰」제2부「분단의 극복」제3부「한반도 평화의 환경과 조건」등 3부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지금까지 제1부의「분단·점령, 그리고 평화」(최상룡 교수·고대),「분단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한승조 교수·고대),「분단과 냉전, 그리고 북한체제의 변화」(서진영 교수·고대)등의 3개 강좌가 실시됐다.
제2차 강좌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분단·점령, 그리고 평화(최상룡)=미소에 의해 38선이 그어진 이후 미국은 한반도에서 최소한 반이라도 차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미군정의 정책은 이러한 의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명분을 모색하기 위한 형태로 나타났다. 한반도의 분단과 점령은 국제정치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의 극복은 우리의 역량에 달려있다.
분단과 통일이란 과제에 여러 갈래로 섞여있는 복잡성·심각성·역동성을 명심하면서 분단과 점령이란 의미를 평화라는 차원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남북한간에 냉전의 유물인 구조적·조직적 대결을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통일에 의해 평화가 희생될 수 없다는 것이다. 분단극복의「최소한」은 평화유지이고「최대한」은 평화통일이다.
◇분단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한승조)=남북분단은 외교안보·경제발전·사회변화·문화형성 등에 영향을 미쳤다. 대한민국정부수립은 밖으로는 냉전, 안으로는 좌우대립의 산물이다.
6 ·25이후 남북한은 수용능력 이상의 군비확장경쟁을 해왔고 60년대는 유엔을 중심으로 외교 전을 펼쳤다.
남한이 북한에 비해·경제규모·기술수준·인구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아직 군사적으로 열세인 것은 ▲군 현대화계획이 늦었고 ▲국방비 중 경상비지출이 많으며 ▲무기구입에 있어 북한보다 2배 이상 비싸게 구입하고있기 때문이다.
분단은 한국 정치·경제의 대미편향과 종속을 초래했다.
또 인구의 도시집중현상을 초래했는데 특히 해방 후 만주·일본에서의 귀국, 북한에서의 월남 등으로 도시화가 촉진됐다.
문학·예술방면에선 계급문학·카프예술이 소멸되고 순수문학이 생존하게 됐다.
교육부문에는 전인교육의 미비와 입시, 출세지향의 교육을 초래했다.
이런 모든 문제점의 극복만이 평화로운 21세기의 창조를 가능케 한다.
◇분단과 냉전, 그리고 북한체제의 변화(서진영)=북한은「동토의 왕국」이나「지상낙원」으로 우리에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다.
분단상황의 극복을 위해 북한이 지금의 상태까지 오게된 배경, 즉 김일성 중심체제는 냉전의 결과이며 김일성의 지도노선이 그의 지위를 강화시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는 사실 등은 인정해야한다.
어쨌든 중국이나 소련에서 보는 대담한 개혁이 북한에선 불가능하다.

<유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