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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평창·양양 2000여명 대피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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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겨우 진정돼 가는데…. 이제는 물만 봐도 무섭습니다."

15일 강원도 인제 지역의 집중호우로 집이 떠내려가 이웃집에서 지내던 손경임(55.인제군 북면 한계3리)씨는 27일 간단한 배낭 하나만 멘 채 큰 길로 뛰었다. 이날 아침 집터를 찾았던 손씨는 빗줄기가 거세지자 이웃집으로 피했다가 "이곳도 안심이 안 된다"며 다시 대피소로 발길을 돌렸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27일 서울.경기.강원 등 중부 지방에 시간당 20㎜ 내외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특히 강원 지역엔 이날 최고 207㎜의 폭우가 내리면서 산사태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인제와 평창.양양 등 3개 군 25개 마을 2050여 명의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 인제.양양군 주민대피령=이날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곳은 인제 한계.덕적.가리산리 등 13개 마을 1149명과 양양 오색.법수치리 등 3개 마을 600명, 평창 도암면 유천리와 진부면 거문리 등 9개 마을 302명이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인제읍 덕산리~덕적리, 44번 국도 한계령 구간 가운데 한계3리 인근, 기린면 하밥~인제읍 귀둔리 등 임시 복구된 도로 6곳이 오전 11시를 전후해 유실돼 차량통행이 중단됐다. 인제 남면 신남삼거리~양구간 46번 국도, 평창 진부의 6번 국도가 지반 침하로 통제됐다. 양양군 오색1리의 송어리 마을 진입 가교 등 오색 지역 임시가교 5곳도 유실됐다.

인제군과 경찰은 복구작업 중이던 포클레인과 트럭 등 장비와 인부를 철수 또는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또 이날 찾아온 자원봉사자들도 모두 되돌려 보냈다.

◆ 서울.경기 곳곳서 침수=이날 190㎜ 이상의 비가 내린 서울 시내에는 오후 10시 현재 잠수교 서빙고동~반포동 양방향, 영동1교 밑 양재천길 양재동~KT연구센터 등 2개 구간의 교통이 통제됐다. 또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전체가 침수됐고 청계천 산책로도 물에 잠겼다. 경기도 김포지역에서는 김포1.2동 34㏊, 대곶면 40㏊, 통진읍 7㏊ 등 모두 100㏊의 농경지가 잠겼다.

◆ 비 오늘도 계속될 듯=28일까지 중부 지방에서 200㎜까지의 장맛비가 쏟아질 것이라고 예보됐다. 26일부터 누적 강수량이 무려 450㎜에 달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28일 남부 서쪽 지방부터는 서서히 개겠다는 전망도 나왔다. 기상청은 27일 "지역적으로 강수량 차이는 크나 서부 지방을 중심으로 26일부터 강수량이 300~450㎜에 이르는 곳이 있겠다"며 "특히 27, 28일에 걸쳐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10시 현재 홍천과 서울에 각각 207㎜, 194㎜가 내린 것을 비롯,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방에 150㎜ 안팎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찬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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