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객석의「소문난 잔치」|제13회 서울연극제 9일 막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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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연극계의 큰 잔치 제13회 서울연극제가 올해도 역시「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지난 8월25일 개막이래 46일 동안문예회관 대·소극장에서 8개 경연작품과 2개 초청작품이 무대에 올라 약2만5천명의 관객들을 동원하는데 그친 채 9일 극단 현대예술극장의『번제의 시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연극제의 주최권이 문예진흥원에서 한국연극협회로 완전 이관됐으면서도 개막 당시부터 기획·홍보·운영 등 모든 면에서 종래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을 받았었고 그 결과는 썰렁한 객석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소극장(약2백석)에서 각각 13일간 26회에 걸쳐 공연된 극단 실험극장의『실비명』과 민중극단의『칠산리」가 3천여명씩의 관객을 동원하고 대극장(약7백석)에서 6일간 12회에 걸쳐 공연 된 극단 사조의『암소』가 약4천9백명의 관객을 모아 3개 극단이 평균60%안팎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한 것이 고작.
나머지 극단들은 20∼40%의 객석만 채운 채 공연을 마침으로써 연극제란 이름을 무색케 했다.
올해 연극제가 또 한차례의「실속 없는 행사」로 끝나 버린 이유에 대해 연극관계자들은 대개 두 가지로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참가작품들의 수준이 너무 낮은데다 원래 초청키로 했던 미국 루이빌 액터스극단 등 외국 극단들의 참가가 취소되는 등으로 연극애호가들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대건 신부의 일생이나 에밀레종 등 역사성·종교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 농촌문제·학생운동·분단문제 등 사회적 현실을 다룬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였으나 연극적 묘미를 제대로 살린 작품들은 극소수였다. 경연작품 중 일부는 소위국내 최대의 연극행사 참가 작이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도 있다. 전체적으로 연극의 기본이 되는 희곡 자체의 구성이 탄탄하지 못했던데 비해『칠산리』나『실비명』처렴 연출감각이 돋보인 몇몇 작품들은 상당히 주목받았다.
연극제 참가작들이 너무 시간에 좇긴 나머지 연습부족에 따른 미숙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극단 세실의『오구-죽음의 형식』은 매우 기발하고 실험성이 강한 작품으로 눈길을 모았으나 배우들의 연기가 희곡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중론이다. 또『암소』나 극단 현대극장의『아버지바다』에서 처럼 평소 TV탤런트로 활약하다 연극무대에 선 배우들이 다른 등장인물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비해 신작 희곡과 함께 올해 상반기에 공연된 작품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연극제의 규정이 바뀜에 따라 이미 공연된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된『아버지 바다』는 충분한 연습으로 편안한 연기를 선사한 예.
평론가 깁방옥씨는『이 같은 사실이야말로 서울연극제의 성격전환의 필요성과 그 방향설정에 시사하는 바 크다』고 말한다. 연극제 참가 작들이 1회성 공연에서 벗어나 충분한 준비와 연습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지름길인 만큼, 앞으로는 이미 공연된 창작극들 가운데 우수작들만 골라 다시 공연토록 하는 축제형식으로 바꾸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대상=실험극장『실비명』
▲연출=윤활진(실험극장)
▲희곡상=이강백(민중『칠산리 』)
▲연기상=이정희(실험극장)최종원(현대극장)
▲신인 연기상=양금석(민중)송영창(실험극장)
▲특수 부문상=박동우(실험극장 무대미술)<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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