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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 회견뒤···"檢도 바뀌어야" 2차 항명 자제한 윤석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검찰총장이 14일 후배 검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법과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니 검찰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로 혼란스러운 검찰 내부 분위기를 다독인 것으로 보인다.

"법이 바뀌면 검찰도 바뀌어야지…"

윤석열 검찰총장. 김상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김상선 기자

윤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충청북도 진천에 위치한 법무연수원에서 부장검사 승진 대상인 검사들을 상대로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과정’ 강연을 했다. 중앙일보가 복수의 참석자들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수사권 조정이 되었지만 (검사에겐) 소추권한이 있는 게 형사 사법 체계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기본적으로는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검찰 조서로 재판하는 게 국가 전체의 사법 시스템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법과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니 검찰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검사가 조서작성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넘어가면서 검사들의 직접 수사 비중이 줄어든 만큼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공소 유지에 좀 더 힘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사 학살’ 이후 정면 충돌 자제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총장은 후배들에게 “사법 제도에 변화가 많아 걱정이 많이 되겠지만 대검찰청에서도 수사권 조정에 따른 메뉴얼을 만들고 있으니 이를 잘 참고하라”며 “전반적인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검찰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는 수사권 조정안 통과 이후 내부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힌 첫 메시지다. 한 부장급 검사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법안 통과 등 검찰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급변한 가운데 후배 검사들에게 중심을 잡아주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날 윤 총장이 강연에 들어가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10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총장이 개혁에 앞장서 주어야만 한다”고 직접적으로 주문했다.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인사 협의 과정에서 빚은 마찰을 두고 문 대통령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다음주 2차 학살은 염두에 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의 윤 총장 발언은 검찰이 당장 권력과 정면 충돌하지 않고 일단 수사권 조정 등을 받아들이며 절제하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지난 8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핵심 참모들을 좌천시킨 ‘인사 파동’ 이후 정권과 검찰의 권력 충돌 양상은 심해지는 분위기다. 검사들은 일단 집단행동을 보이거나 공개적으로 반발하지는 않고 있다.

윤 총장은 검찰 인사나 현재 진행되는 수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강연이 끝난 뒤 검사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고 나면 곧바로 중간 간부 인사가 있을 것 같다”며 다음 인사를 의식한 발언을 했다. 법조계는 설 연휴 이전에 차장ㆍ부장급 인사로 남은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물갈이 될거라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번 고위급 인사로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항의하며 사표를 낸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가 이날 강의를 마친 윤 총장을 배웅하는 모습이 이날 포착되기도 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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