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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극적 무역합의 뒤엔···230조짜리 '통큰 약속'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이 예정된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상품을 대규모로 구매하는 내용이 무역합의 세부사항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2년간 4분야 2000억 달러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향후 2년 간 2000억 달러(230조 84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완제품 750억 달러, 에너지 500억 달러, 농업 분야 400억 달러, 서비스 350억~400억 달러로 총 4분야의 구매 목표가 설정됐다.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이 완화모드로 접어들었다. [로이터]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이 완화모드로 접어들었다. [로이터]

무역 외에 미·중은 환율 분야에서도 '휴전 모드'에 들어갔다. 미국은 13일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하고 관찰대상국으로 돌려놨다. 이는 지난해 8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지 5개월여만이다.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이틀 전에 극적 해제가 이뤄진 셈이다.

미 재무부는 중국이 환율 관련 정보 공개에 동의했다는 점을 지정 해제의 근거로 들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이 경쟁적 통화 절하를 삼가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자국 수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왔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은 통화 절하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봤지만, 우리는 이런 이득을 보지 못했다"고 날을 세워왔다.

그렇게 외쳤던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에서 제외한 배경에는 중국이 미국 물품을 '통 크게' 구매하는 '주고받기'가 있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편 중국 환구시보는 "중국 인민들은 이번 합의로 인해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사게 돼 손해를 보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중국인의 구매력이 올라갔다는 의미이자 양국 협력 관계가 더 강해졌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1단계 합의 서명식은 15일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중국 측 무역협상 대표팀을 이끌어온 류허 중국 부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농업·서비스 시장개방과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 기술이전과 환율조작 금지 등이 포함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게 된다. 합의 내용은 서명식 직후 공개될 예정이다.

1단계 합의는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단계 합의 서명 후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전망치 5.8%에서 6%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문제는 합의문 서명 이후다. 미국이 현재 중국산 수입품 3700억 달러(426조 원)어치에 매기는 25% 이상의 고율 관세는 여전히 부과되기 때문이다. CNN은 "3700억 달러는 미국을 상대로 한 중국의 전체 수출 중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이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힌 2단계 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관행 중단 등 중국 경제구조 개혁과 관련된 의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의 의제도 1단계보다 강화된 대책을 중국에 요구할 전망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미중 무역전쟁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중 무역전쟁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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