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의 종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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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산주의는 왜 종언을 고하고 있는가. 지금은 소련에서 조차 스탈린시대의 혹독한 공산주의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1917년 러시아혁명이후 70년이 넘게 20억 가까운 지구인을 대상으로 끈질기게 계속되어온 역사의 실험은 이제 불을 끌 때가 된 것 같다. 공산주의의 실패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군축과 데탕트의 필연성이다. 자유세계는 자유주의경제의 압도적인 우세로 군사적으로도 우월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공산주의경제는 냉전의 군사적인 부담을 견디어 내지 못하고 더구나 사회의 비생산성으로하여 자기 붕괴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소련은 군사비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인적자원을 포함해 경제자원을 국내외 경제재건에 투입하지 않으면 안될 한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위성국가들에 대한 군사원조는 물론 경제원조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이들 국가에 대한 소련의 영향력이 감소될 수밖에 없다. 헝가리나 폴란드는 일찍이 그런 시대의 진운을 알고 자기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둘째는 공산주의의 잔혹성은 인류 원성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악명높은 스탈린주의, 중국의 문화대혁명, 56년의 헝가리 폭동사태, 68년의 체코사태, 크메르 공산정권의 인민학살 등은 공산독재의 무자비한 면모를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도대체 인간의 자발성·창조성을 짓밟는 사회는 더 이상 부지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공산치하의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요즘 동독에서 몰려나오는 수천, 수만의 사람들은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헝가리에서 공산당의 간판을 내리고 서구식 사회당의 간판을 올린 니에르슈는 말했다. 『공산주의는 사회민주화에 기여한바 없다. 민주주의는 자유 그 자체이며 이보다 더 큰 당의 재산은 없다.』 40년동안 공산치하를 경험한 당원들은 눈물로 그 연설에 환호했다.
셋째는 공산주의는 민족주의를 더 이상 억압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소련이 거느리고있는 15개의 공화국 가운데 이미 9개공화국에서 민족문제가 제기되었고 크리미아, 타타르에서도 불안이 성숙되고 있다. 소련은 이들 나라를 무력으로 진압할 뜻을 천명했지만 그것을 두려워하는 공화국은 없는 것 같다.
결국 공산주의가 변질되지 않으면 나라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공산주의는 역사의 박물관으로밖에 갈곳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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