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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타협할 수 없어…비용과 산업안전 바꾸면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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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2의 김용균 막자 〈하〉 

김동춘

김동춘

지난해 사고 사망자가 감소했다고 하나 아직도 일터에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는 근로자가 한 해 평균 10만여 명이고, 2000여 명이 숨진다.

김동춘 동국대 교수의 제언

산업안전은 생명이다. 생명에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이 비용이 됐든, 유권자의 표가 됐든, 세 불리기가 됐든 말이다. 정부, 정치권, 경영계, 노조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예방작업에 제대로 나섰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무엇보다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사고에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그에 앞서 예방이 우선이다. 예방을 위한 강력한 사전 활동과 이에 걸맞은 수단이 필요한 이유다. 단순히 조정과 시정지시만 해서는 곤란하다. 문제가 발견되면 초기부터 이른 시간 안에 바로잡는 강제력 동원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근로자가 숨지고 나서야 호들갑을 떠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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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업에 대한 과도한 옥죄기로 흐르는 건 경계해야 한다. 난입하다시피 해서 점검을 하고, 꼬투리 잡는 식의 행정이 그런 경우다. 그렇게 되면 풍선효과를 일으켜 생각지 못한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있을지 모르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예방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안전보건 관련 제도와 지침의 정비가 시급하다. 각 부처나 기관마다 중구난방으로 안전 문제를 다뤄서는 곤란하다. 일사불란하게 일관성 있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부처나 지자체 등의 협업 시스템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절차나 행정체계를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기업이 정부가 요구하는 서류 작업에 매몰되면 진짜 필요한 예방 관리를 놓칠 수 있다.

이에 더해서 노사정 공동 책임제가 구축돼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기업의 책임은 커졌다. 노조도 그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 안전은 조합원의 생명과 직결된다. 선진국에선 안전활동의 상당 부분을 노조가 책임진다. 경영진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합원의 안전을 위해 노조가 나서 점검하고, 직접 시정한다. 우리 노조가 새겨야 할 부분이다. 자기 조직에 속한 조합원을 채용하라는 식의 이권에는 위력을 불사하면서 일터의 안전점검에 소홀해서야 되겠는가. 그건 온전히 경영계의 몫이라는 투로 행동하다 사고가 터지면 규탄집회를 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산업안전에 관한한 노사는 대립이나 협력이란 단어 대신 ‘책임’이란 단어 아래 한 몸이 돼야 한다. 경영계도 안전을 비용과 맞바꾸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안전에 조금만 신경 쓰고, 돈을 들이면 그보다 몇 배의 가치를 기업에 안겨준다. 무재해가 생산성 향상과 기업 가치 제고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다. 안전에 관한 한 근로자의 참여를 두려워만 할 것도 아니다.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그에 걸맞은 책임과 권리를 부여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김동춘 동국대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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