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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쇼' 비판받은 곤 “공정성 보장 '제3국 법정'이라면 출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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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판을 앞두고 일본을 탈출해 레바논으로 달아난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제3국에서 재판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단 공정한 재판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곤 전 회장은 12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원래는 일본에서 재판을 받고 싶었으나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일본을 탈출한 동기를 밝혔다.

곤 전 회장의 인터뷰는 레바논에서 전 세계 12개국 60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가진지 나흘 만이다. 그는 지난 8일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정치적 박해로부터 도망친 것"이라며 자신의 도주를 정당화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곤 전 회장의 일방적 주장", "원맨쇼"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아사히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보석 상태에서 레바논으로 도주한 것은 "위법한 출국"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재판 종결까지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내 나이로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신속한 재판을 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내 명예가 떨어지는 것을 각오하고 탈출을 결심했다. 나 자신을 변호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의 기자회견을 '원맨쇼'라 비판한 일본 측 주장을 재반박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만한 매체만을 선별해 참석시켰다고 비판했었다.

이에 곤 전 회장은 "내가 체포된 뒤 14개월 동안 검찰 측만 발언했다. 그동안 내가 공식적으로 가진 발언 시간은 2시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일방적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아내와 면회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법정 통역에도 불만을 제기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형사 재판에서 99%가 넘는 유죄판결이 나오고 있다면서 "일본 사법제도에 질렸다"고 말했다.

일본 사법제도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로 탈출을 결심한 만큼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일본 검찰에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곤 전 회장이 변호권이 보장된 국가의 법원이라면 기꺼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일본 법원에 제출된 자신의 사건 관련 서류를 인터넷 등에 공개해 제3자 검증을 받겠다는 의향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사히는 지난 8일 곤 전 회장이 선별해 초청한 몇 안 되는 일본 매체 중 하나다. 아사히는 곤 전 회장의 기자 회견 내용을 전하며 "재판에서 무죄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가 보석조건을 어기고 부정한 수단으로 도주한 곤 전 회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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