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돈'으로 병력 충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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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침 뱉는 사람 없다"는 옛말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통하는 걸까?

2001년 미국 침공으로 권력을 잃고 말살 위기에 처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최근 정부군보다 많은 일당을 주기 시작하면서 병력 충원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탈레반 무장세력이 1월부터 병사들에게 상대편인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세 배나 되는 일당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하루 급여는 미화로 환산해 4달러(약 3800원) 정도지만 올 들어 탈레반 병사들은 최고 12달러(약 1만1500원)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000명 수준에 머물렀던 탈레반 병사가 현재는 6000명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정보 당국은 아랍 국가에서 송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자금이 파키스탄을 통해 탈레반에 유입돼 이 같은 병력 충원이 가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군의 뮤딘 고우리 대령은 "일부 자금은 탈레반이 마약 거래로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요즘 탈레반 병사들은 종교적 신념보다 돈 때문에 입대한 경우가 많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은 병사의 하루 일당이 4달러에 불과해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정부군은 최신 장비로 무장하고 영국군과 비슷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현재 병력은 3만8000여 명으로 아직은 탈레반 측보다 많다.

아프가니스탄 군 관계자는 "3년 전에는 지금보다 적은 한 달 기본급 70달러(약 6만6800원)만 줘도 아주 좋은 조건이라며 지원자가 몰렸다"며 "그러나 탈레반 측이 우리보다 돈을 많이 주면서 병력충원이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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