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음치불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재즈까지 접목한 R & B 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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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대는 부드럽고 낮은 음역의 진성대와 좀 딱딱하고 높은 음역의 가성대로 구분된다. 원래 타고난 소리인 진성을 화장하듯이 꾸며 좀 더 높은 고음역이나 강력한 소리로 만드는 것이 발성법이다. 좋은 육성을 타고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경우 소리 자체가 깨끗하고 파워풀하다. 그러다 보니 가성보다는 진성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아길레라는 키도 작지만 턱도 짧아 노래할 때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되는 신체적 단점을 지녔다. 이것을 해결하고자 혀를 앞으로 많이 빼서 노래한다. 높낮이가 심하게 변하는 곡에서도 음정이 한치의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스케일 솜씨가 빼어나다는 얘기다. 연습벌레 아니면 이루기 힘든 수준이다.

두성에 기초한 경쾌한 고음을 내다가도 갑작스럽게 강력한 흉성으로 반전하는 능력도 돋보인다. 거기에 R&B 특유의 '꺾기' 기교와 호흡 처리도 능란하다. 복식호흡을 통해 소리를 안으로 삼켜 굵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소리를 뽑아낸다.

더욱이 아길레라는 두성을 통해 단지 폭발적으로 고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당겨서 띄울 줄 안다. 고음에서의 바이브레이션 처리도 흉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여타 그 어떤 여성 보컬과도 차별화되며, 한 수 위다. 그래서 그가 구사하는 고음은 소리의 입자들이 잘 뭉쳐진 채 터져 한결 선명하고 파워풀하다. 이런 능력은 전성기 시절의 휘트니 휴스턴 이래로 좀처럼 보기 힘든 엄청난 수준이다. 발음.호흡.발성,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젊은 '디바'인 것이다.

데뷔 때부터 그의 보컬은 돋보였고, 2집부터 완전히 흑인적 보이스로 돌아섰다. 성량이 눈에 띄게 커졌을 뿐 아니라 발성 전반이 놀라울 만큼 발전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엔 린다 페리라는 세계적 보컬이 아길레라의 보컬트레이닝을 맡아 파워업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길레라가 추구하는 기본 성향은 R&B 팝이지만 여타 R&B 싱어들이 부담을 느낄 만큼 강력한 창법을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휘트니 휴스턴의 R&B 솔과 린다 페리 식의 파워풀 록 창법이 만나 거둔 결실이 바로 아길레라인 것이다.

8월에 공개될 아길레라의 신작 'Back to Basics'는 그간의 R&B 스타일에 솔의 무게가 더 강화되고 거기에 블루스와 재즈의 요소도 첨가된, 한마디로 더 성숙해진 작품이다. 앨범 타이틀처럼 대중음악의 기본을 이루는 요소들-블루스.재즈.솔 등-에 고루 포커스를 두었다. 굵고 파워풀한 보이스는 여전하고 흑인적인 그루브감은 더욱 편하고 자연스러워졌다. 하늘은 공평하다고 했지만, 현란한 기교에 완벽한 감성까지 갖춘 이 천하의 '디바'에겐 빼어난 미모까지 선사했으니 이거야말로 하늘의 편애가 아닌가?

조성진 음악평론가·월간지 '핫뮤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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