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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한무대 오르는 패티 김 - SG워너비 미리 만나 '작전' 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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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9일 서울 청담동 Mnet 사옥에서 이뤄진 패티 김과 SG워너비의 만남은 이 질문으로 시작됐다. 가요계 대선배인 패티 김(66)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SG워너비의 채동하(25).김용준(23).김진호(20)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존경하는 뮤지션 '사이먼 앤 가펑클'을 본받겠다는 의미에서 약자 S.G.를 땄습니다."

"그랬구나. 사이먼 앤 가펑클은 나도 좋아하는 아티스트야. 그런데 앞으로 너희를 어떻게 부를까? 워너비들이라 불러도 되겠지?"

'워너비들'이란 재미있는 별명에 비로소 긴장이 풀리는 듯 멤버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패티 김과 SG워너비,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 보컬들이 만났다. 패티 김이 역대 최고의 보컬이라면, SG워너비는 당대 최고의 보컬 아닌가. CJ미디어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음악대향연'(8월 12~17일.강원도 속초.방영 8월 말 Mnet, KMTV)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이들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만남은 16일 열릴 '패티 김& SG워너비 특별공연'의 기획회의 차원에서 이뤄졌다. 나이 차는 물론 음악경력에서 무려 40년 이상 차이가 나는 대선배 앞에서 SG워너비 멤버들은 군기가 잔뜩 든 신병처럼 경직돼 있었다. 패티 김은 대선배답게 후배에 대한 칭찬으로 긴장된 분위기를 녹인다.

"정말 실력 있는 후배들이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저 없이 조인트콘서트 파트너로 선택했죠. 가수는 무조건 노래를 잘해야 해요.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새삼스레 하는 것은 요즘 음악환경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는 배꼽 내놓고 춤추는 것밖에 뭐가 있었어요? 눈요기 가수들이 득세했다는 점에서 90년대 가요계는 퇴보했다는 생각이에요. 요즘 라이브로 노래하는 후배들이 하나 둘 등장하는 것을 보며 이제 우리 가요가 제자리를 찾아가는구나 하고 안심이 돼요."

무대에서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것으로 이야기가 모아졌다. 문제는 선곡. 워너비 멤버들은 '이별''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초우'등의 명곡을 안다고 입을 모았다. 멤버 김진호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듣던 노래라서 무척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배들에 대한 패티 김의 기대 수준은 더 높았다.

"더 어렵고 무게 있는 노래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가시나무새' '빛과 그림자' '사랑은 영원히'같은 노래들…. 워너비만이 소화할 수 있는 어려운 노래를 해야 무대가 더 빛나지 않겠어요?" 패티 김은 SG워너비의 노래 중에 '살다가'를 부르기로 했다. '선배님의 음색에 가장 잘 맞을 것 같다'는 멤버들의 제안을 따른 것이다. 함께 부를 팝송은 비틀스의 명곡 '예스터데이'.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연습 얘기가 나오면서 숙연해졌다. 콘서트, 방송일정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SG워너비로서는 사전 연습이 무리일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패티 김은 사전 연습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것은 자신의 47년 음악인생을 지탱해준 신념 같은 것이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연습을 공연 전에 최소한 두 번은 해야 해요. 내게는 공연장에서 하는 노래보다 연습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아무리 라이브를 잘한다고 해도 연습 없이는 감동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없어요." SG워너비 멤버들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성대 상태가 안 좋아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달라는 멤버 채동하의 말에 엄한 대선배였던 패티 김은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선배로 변한다. "나도 1960년대 후반 수술로 잘라내야 할 혹이 목에 생겨 큰 위기를 맞았던 적이 있었죠. 의사 말대로 가능한 한 안정을 취하세요. 자극적인 음식이나 청량음료도 목에 좋지 않아요. 가수는 목이 생명이니까 절대 무리하지 말아요."

회의가 끝나고 SG워너비 멤버들은 패티 김 옆에 모여앉았다. 가수의 길을 일러주는 대선배의 조언을 귀담아듣기 위해서였다. "90년대 초반 사적인 자리에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서태지에게 '랩에만 매달리지 말고 스탠더드한 가요로 옮겨라'라고 당부했던 기억이 나요. 워너비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같아요.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탠더드 가요를 하라는 것. 그리고 라이브 실력을 계속 유지할 것. 시류에 영합해 예쁘게 포장해서 내놓는 '기획상품형' 가수는 절대 오래가지 못해요. 오직 노래로만 존재 의미를 과시하는 가수가 되세요."

존경하는 대선배와 한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는 SG워너비 멤버들. 첫 만남의 긴장감은 조인트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공연의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쓰시는 모습에서 대가수의 면모를 느꼈습니다."(채동하) "인기인보다 진짜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김용준) "선배님처럼 자기관리에 철저한 가수가 되겠습니다."(김진호)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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