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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피자헛에 웬 '호우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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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4일 피자헛 전국 340여 개 지점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정보제공업체인 케이웨더가 내린 예보다. 장마전선이 다시 북상하면서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에 비가 내리고 전북 서해안 지방에는 3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강수 확률은 90%. 피자헛 인트라넷을 통해 매일 업데이트된 정보를 받는 전국 매장과 콜센터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비 오는 날이면 맑을 때보다 피자 주문이 20%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콜센터는 주문접수 요원을 평소보다 30% 이상 늘렸다. 을지로 지점은 평소 8명이던 배달 인원을 이번 주엔 11명까지 늘렸다.

국지성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맞춤형 기상정보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골프장.조선소.편의점.건설현장.야구장.축구장.피자업체… 민간예보사업자의 '날씨 컨설팅'을 받는 분야도 다양하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달 초 태풍 에위니아의 위협을 무사히 넘긴 데는 맞춤형 기상정보의 힘이 컸다. 선박 이동이 어려워지는 풍속인 10㎧ 도달 시점을 정확히 파악해 건조중이던 4척의 선체를 일본 시모노세키 연안으로 미리 대피시켜 피해를 막았다. 대우는 지난해 9월 태풍 나비의 북상 소식을 듣고 기상정보업체인 비온시스템과 계약했다. 비온시스템은 대우의 거제도 사업장에 무인관측장비를 설치하고 여기서 나온 정보와 기상청 제공 정보를 종합해 조선업에 필요한 날씨 정보를 알린다. 비온시스템은 '바람이 20㎧ 이상이면 크레인 작업 불가, 강수량 5㎜ 이상이면 옥외 작업 중단'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태풍 등 긴급상황이 오면 비온시스템은 자체 예보관을 현장에 파견해 기상정보 해석을 돕는다.

대우 박상우 생산관리팀장은 "옥외작업과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공정이 많은 조선업 특성상 바람과 비는 필수적인 고려 대상"이라며 "최근 돌풍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잦아지면서 정확한 예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정보 서비스 전문업체들은 1997년 정부가 민간예보 사업을 허가하면서 하나 둘 생겨났다. 현재 기상청에 등록된 사업자는 8개. 지난해 시장 규모는 15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상청-민간예보사업자-기업 사이에 실시간 온라인 서비스가 가능해짐에 따라 시장 규모는 매년 30% 이상씩 커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최대 사업자인 케이웨더의 경우 600여 개 기업에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케이웨더에는 기상청에서 30년가량 근무한 전문 예보관이 있으며, 비온시스템에는 전문 예보관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일본 최대 민간예보사업자인 JWA사는 300여 명의 전문 예보관이 일하고 있으며 연간 2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초라하다. 케이웨더 김종국 마케팅 팀장은 "여전히 날씨 정보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해 돈을 내고 정확한 정보를 받으려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기업들의 특성에 맞는 정밀한 기상 정보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곽창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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