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 「나눔」의 실천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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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모든 종교에서 식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과 신의 소통이 식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본질적 행위의 뜻을 지니기 때문이다. 제44차 세계성체대회준비위원회는 5일 오전10시 올림픽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무속·불교·유교·천주교에 있어서의 식사의 뜻을 알아보는 「제찬과 성찬」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에는 박일영 교수(서강대)의 「무속과 대동잔치」, 홍윤식 교수(동국대)의 「불교의 공양」, 최기복 교수(수원 가톨릭대)의 「유교의 음복」, 이홍기 교수(광주 가톨릭대)의 「천주교의 성찬」등 주제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발표내용을 요약한다.
무속의 굿은 수많은 먹을 거리를 제수로 차린 굿상 앞에서 진행된다. 그 음식은 모신 신령도 먹고 사람도 먹어 굿상은 제상인 동시에 밥상이다.
이는 굿판이 구태여 인간과 신령·식사와 제사·잔치와 의례를 구별하지 않는 근원적 미분상태임을 보여준다.
무속에서는 굿상을 중심으로 신청울림·부정풀이·무가·공수 등이 행해지는데 신령과 인간의 관계를 잇고 갈등과 고통의 세계에서 굿 덕을 입어 재수를 얻어낸다. 신령은 잘 차려진 굿상에서 음주와 가무로 대접받고 마음이 풀러 인간을 축복하고 불운으로부터 구해 준다.
불교의 공양은 식사 일반을 지칭하는 것으로 불·법·승 삼보와 부모 또는 죽은 영혼에까지 공양한다. 불전공양에 올려졌던 음식은 법식이라 불리고 그 법식을 나눔으로써 불법의 공덕을 이어받는다. 음식을 바쳐 불에게 봉사하고 가호를 얻으려한다. 음식을 나눔으로써 불과 인간이 가까워진다.
유교의 제사에서는 음식이 차려진 제상 앞에서 영신을 하며 신명은 흠향을 하고 제물에 강복하여 음식이 복물이 되게 한다. 사람들은 그 제물을 음복하여 신명과 통교하게 된다.
유교의 제사는 보은행위다. 신명계는 신성과 위계질서의 현리이므로 조화의 세계다. 신명이 생명을 위해 베풀어준 음식을 다시 신명에게 봉헌하여 감사드린다.
제사음식은 생명의 근원이 되고 은혜를 베푼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과 정성이다.
그리스도교의 성찬은 그 기원이 예수의 최후만찬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있다.
빵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피다. 예수가 주는 빵과 잔은 그것을 주는 분과 받아들이는 사람을 연결시킨다. 신자들은 빵과 포도주로 하여 그 속에서 하느님과 일치하게 된다.
성찬에의 참여는 나눔의 생활로 나가도록 촉구한다. 나눔은 스스로를 준 예수에게 일치하는 것이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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