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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다시 만날 네이마르·음바페, 이번엔 이기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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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휴가를 마치고 소속팀 보르도 복귀를 위해 출국하는 황의조. 올해도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맹활약을 다짐했다. 우상조 기자

휴가를 마치고 소속팀 보르도 복귀를 위해 출국하는 황의조. 올해도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맹활약을 다짐했다. 우상조 기자

“국가대표로 뽑혔다면 능력을 갖춘 선수입니다. 자신을 믿고 흔들리지만 않으면 돼요. 한국 축구 새해 첫 뉴스는 태국에서 들려오는 후배들 승전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휴가 후 출국 황의조 단독 인터뷰 #비난·우려 대상서 희망으로 우뚝 #올림픽팀 후배에 “자신을 믿어라” #“두 자릿수 득점 꼭 지킬 것” 약속

황의조(28·보르도)는 2020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최종예선 얘기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은 8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나선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한다. 1~3위(일본 포함하면 4위까지)가 올림픽에 나간다. C조의 한국은 중국(9일), 우즈베키스탄(12일), 이란(15일)과 차례로 맞붙는다.

김학범(60) 올림픽팀 감독이 애타게 바랐던 백승호(23·다름슈타트)·이강인(19·발렌시아)의 합류는 불발됐다. 황의조는 문제없다고 했다. 황의조는 5일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감독님은 (내가 뛰었던 성남FC 감독 때부터)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도 이겨내신 분이다. 선수들을 원팀으로 묶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어 “2년 전 아시안게임 당시 아무도 내게 활약할 거로 기대하지 않았다. 축구는 활약할 선수가 정해진 게 아니다”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황의조는 한때 비난과 우려의 대명사였다. 그는 악조건을 딛고 한국 축구의 희망이 됐다.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당시만 해도 그는 TV로 한국 경기를 지켜보던 선수였다. 골 결정력이 떨어진다, 스트라이커 자질이 부족하다 등 악평이 줄을 이었다. 그가 2018년 7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이름을 올리자 ‘인맥 축구’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김학범 감독이 성남 시절 제자를 정실 발탁했다는 비난이었다.

비판은 아시안게임 시작과 함께 쑥 들어갔다. 황의조는 조별리그 첫 경기 바레인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또 해트트릭했다. 7경기에서 9골을 몰아쳐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황의족’이라는 말을 사라지고 모두가 ‘갓의조’라고 불렀다. 파울루 벤투(51·포르투갈) 감독 부임 후에는 한국 축구대표팀(A팀)의 스트라이커 자리도 꿰찼다. 지난해 6월 이란전 칩샷 골은 대한축구협회(KFA) 팬 투표에서 2019년 ‘올해의 골’로 뽑혔다.

지난해 보르도에서 뛰는 모습. [사진 보르도 트위터]

지난해 보르도에서 뛰는 모습. [사진 보르도 트위터]

황의조는 “쏟아진 비난이 동기부여가 됐다. 1분이라도 더 연습하고, 컨디션 관리에 올인했다. 간절하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백)승호나 (이)강인이는 실력과 스타성을 모두 갖춘 선수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들이 빠졌다고 걱정할 이유는 없다. (다들 실력을 갖춘) 대표팀에서는 내가 막히면 동료가 해결한다. 기회가 불쑥 찾아올 때를 대비해 늘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연말 귀국해 휴식기를 보낸 황의조는 2019~20시즌 프랑스 리그앙(1부리그) 후반기를 위해 5일 출국했다. 그는 시즌 직전인 지난해 8월 이적료 200만 유로(약 26억원·4년)에 감바 오사카(일본)에서 보르도로 이적했다. 전반기 15경기에 나와 3골(2도움)을 기록했다. 이 중 2골이 주특기인 오른발 감아 차기 골이었다.

보르도는 황의조를 팀의 주축 선수로 대우한다. 이번 휴식기에도 담당자를 정해 그의 몸 상태 등을 꾸준히 체크하고 관리했다. 지난해 11월 정규리그 11라운드 낭트와 홈 경기 때는 보르도의 모든 선수가 한글 이름을 유니폼에 새기고 뛰는 ‘황의조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황의조 마케팅’의 일환이다. 그도 유럽에 연착륙하기 위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피나는 노력을 했다. 지난 반 년간 경기장과 집만 오갔고, 시간만 나면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그는 “이젠 감독 지시도 어느 정도는 눈치껏 알아듣는다”고 말했다. 언어뿐만 아니라 팀 안팎의 문화도 빠르게 체득하고 있다. 황의조는 “유럽 선수들이 연습을 실전처럼 악착같이 해서 놀랐다. 게임처럼 하는 슈팅 대결에서 지면 정말 분한 표정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전술을 놓고 거리낌 없이 토론하는 게 낯설었는데, 이젠 적응했다”고 말했다.

시즌의 반환점을 돈 만큼 후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골 사냥에 나설 각오다. 황의조는 “지난해 9월 리그 최강 파리 생제르맹전(0-1 패)에서 네이마르나 (킬리안) 음바페와 함께 뛰어보니, 자신감과 욕심이 동시에 생겼다. 파리 생제르맹과 다음 달 23일 다시 맞붙는다. 그때는 경기도 이기고 골도 넣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목표는 변함없다. 유럽에서 처음 맞는 새해이니만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 시즌 전 세웠던 두 자릿수 득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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