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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염원 대동굿 "절상"-둘쨋날 행사장 주변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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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첫날인 「평화의 날」 제2부 평화대기원행사가 4일 오후2시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4천여명의 각 종교지도자 및 일반 신도들이 참가한 가운데 거행.
행사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한반도 민족통일을 위한 세계기도주일 기도문」, 대 종교 측의 「평화기원문」등 기독교·불교·이슬람교와 각종 민족종교의 대표자들이 평화를 구하는 기원문을 발표.
이날 행사를 주관한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는 환영사를 통해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한국의 여러 종교인들이 신앙과 종파의 담을 떨쳐버리고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고 밝히고 『모든 종교인들이 그 동안 대립과 갈등, 아집과 배타를 심화시켜온 것을 반성하고 기도와 행동으로 전 인류의 평화를 이루는데 새로운 디딤돌을 놓을 것』을 촉구했다.
○…4천여 좌석의 역도경기장에는 각 종교지도자들과 일반 신자들이 빽빽이 들어차 마치 종교전시장을 방불.
특히 갱정유도회 남자신도 2백여명은 옥색 한복에 갓을 쓴 차림이었고 총각들은 댕기머리 차림으로 참석, 바로 옆자리에 회색, 또는 검은색 복장의 수녀들과 대조적.
○…이날 행사를 위해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측에서 각각 50∼70명 규모의 합창단이 나와 나란히 앉아 합창, 종파를 초월해 「하나」된 모습을 보이기도.
또 합창의 반주를 위해 오르간 등 양악기와 강구·대금 등 국악기가 교대로 연주돼 더욱 이채.
○…4일 오후 6시30분부터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벌어진 평화기원 축제는 송창식씨가 작사· 작곡한 「평화의 날」 공식노래 『평화의 기도』로 시작됐다. 송씨가 기타를 메고 무대에 올라와 1만여 관중들에게 후렴을 직접 지도한 뒤 다함께 『평화의 기도』를 합창.
이어 13개국 22명의 미혼 여성들로 구성된 공연단젠 베르데가 출연, 한국 및 스페인· 브라질· 우간다·필리핀 등 각국의 민속춤과 노래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축제의 절정은 「평화와 민족화해를 위한 한판 대동굿」. 민족적 음악과 무용·영상·시·극 등이 한데 어우러진 총체연행의 형태로 진행된 이 대동굿은 우리민족이 근·현대사에서 겪어온 반평화적·반통일적·반생명적 상황에 대한 역사의 기록과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이상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담았다.
이 행사의 총 연출을 맡은 연극연출가 임진택씨의 표현을 빌리면 『암울하고 참혹한 역사의 상처를 씻어내고 참다운 평화와 민족의 화해를 이루기 위한 집단적·사회적인 고해성사』를 시도한 것.
굿춤패· 민요연구회· 제주문화운동협의회 놀이패 한라산·한국정악원 연주단·풍물패 터울림·동덕여대 체육과· 노래를 찾는 사람들·천주교노래운동연합 등이 함께 출연한 이 대동굿은 우리 고대국가의 제천의식을 재현하면서 공동체적인 생활 모습을 통해 한민족의 뿌리와 동질성을 확인하는 앞 놀이로 시작됐다.
굿판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농악대가 퇴장하자 곧 이어진 첫째 마당은 19세기말 농민들 사이에서 일어난 동학의 전개과정을 판소리 준 인간문화재 조통달씨의 도창 및 극·민요 등으로 그렸다. 둘째 마당은 한일 합방에서 해방까지 조선민족이 겪은 설음을 신파극으로 표현했으며, 셋째 마당은 분단과정에서 이념과 사상의 대립으로 무고하게 숨진 제주양민들의 슬픈 사연을 극으로 꾸몄다.
넷째 마당은 4·19, 5·16, 유신시대를 거쳐 광주항쟁과 6월 민주대장정까지를 시위·정치범·가요 『그때 그 사람』·정치인들을 품자한 탈춤 등으로 담아냈다. 각 통로마다 펼쳐진 흰 헝겊을 가르며 낫·개나리·진달래 등을 손에 든 사람들이 자식들의 이름을 목놓아 외치면서 뛰어들어와 빠른 북장단과 함께 그 헝겊들을 걷어내자 한풀이라도 본듯 관중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4일 오후 10시30분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평화의 축제」 3부에 참가했던 서울대교구 가톨릭 학생회 회원5백여명은 집회를 마친 뒤 「통일천사 임 수산나자매, 평화사도 문규현 신부를 주님의 품으로」 「세계성체대회를 민족일치의 제전으로」 등 2개의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문규현 신부·임수경양 석방 등의 구호를 의치며 동대문까지 5백m 가량 시위를 벌이다 자진 해산했다.
○…이날 국내 각 종교대표들은 차례로 평화기원문을 낭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소영 목사는 『통일을 위한 간절한 마음을 화해와 소망으로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원불교 이철행 교정원장은 『남과 북의 이 나라 온 백성과 전 세계 인류로 하여금 도덕에 회향하고 바른 신앙에 귀의하며 어리석고 사된 마음을 돌려 지혜롭고 참된 마음을 갖게해 달라』고 법신불에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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