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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과 박용택 사이...한화의 '김태균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김태균(38)의 가치는 얼마일까.

한화가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의 FA 계약을 앞두고 고민에 들어갔다. 그의 가치를 어떻게 환산할지 계산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뉴스1]

한화가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의 FA 계약을 앞두고 고민에 들어갔다. 그의 가치를 어떻게 환산할지 계산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뉴스1]

이 화두를 놓고 한화 이글스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김태균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고향 팀 한화와 계약하는 건 기정사실이다. 한화 구단도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태균을 충분히 예우하겠다는 방침이다.

결말은 정해져 있지만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올 겨울 FA 시장이 얼어붙긴 했지만 김태균 계약은 해를 넘겼다. 무엇보다 김태균이 아직도 구단으로부터 계약 제안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놀라는 이들이 많다. 따라서 이성열(36)과 윤규진(36)의 계약도 미뤄지고 있다.

지난달 정민철 한화 단장은 지난달 김태균에게 아우트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엽(44·전 삼성)과 박용택(41·LG)의 마지막 계약 사이에서 계약하자는 언질이었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활약한 7년을 빼고도 삼성에서만 KBO리그 최다인 467홈런을 때렸다. 삼성은 2016년 이승엽과 2년 총액 36억원에 마지막 계약을 했다. KBO리그 사상 최다 안타(2439개) 기록자인 박용택은 지난해 LG와 2년 총액 25억원에 계약했다.

한화의 판단대로 김태균의 커리어는 두 선수의 중간 지점이다. 김태균은 일본에서 뛴 2년을 빼고 17시즌을 한화에서 보냈다. 김태균의 통산 홈런은 역대 11위(309개)이고, 5000타석 이상 타자들 가운데 통산 타율 1위(0.323)다. 통산 안타 4위(2161개), 통산 볼넷 2위(1111개)다. 선수의 종합능력을 측정하는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스탯티즈 기준)로는 양준혁(87.22), 이승엽(72.08)에 이어 김태균(69.63)이 역대 3위다.

이런 이유로 한화는 김태균에게 ‘이승엽과 박용택 사이’라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마지막 계약에는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는 점이다.

김태균이 두 선배보다 불리한 점은 FA 시장 상황이다. 최근 1~2년 동안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돈을 많이 쓰면 일부 팬들이 구단을 탓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또한 김태균의 장타력 감소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2003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던 그가 지난해 홈런 6개에 그쳤다. 타격폼 변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였다. 공인구 반발력이 낮아진 요인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승엽과 박용택의 마지막 계약 나이는 40세였다. 김태균은 두 살 젊다. 게다가 지난해 한화 타선에서 유일하게 3할 타율(0.305·13위)를 기록할 만큼 그의 타격은 팀 내에서 여전히 최고다. 이런 점은 김태균이 이승엽·박용택보다 유리한 요소들이다.

한화와 김태균은 지금까지 총 4차례 만났다. 김태균은 에이전시(브리온)가 있지만 구단과 만날 때는 혼자 나왔다. 협상이라기보다 식사 자리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정민철 단장은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에게 합당한 대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은 “구단의 배려에 감사드린다. 후배들의 성장을 돕는 선배가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웃으면서 헤어진 뒤 한화 구단은 장고에 들어갔다. ‘이승엽과 박용택 사이’가 어느 정도인지, 계약 기간을 어떻게 제시할지 정하지 못했다. 연말 2차례 만남은 정민철 단장이 아닌 석장현 운영팀장이 나왔다. “김태균이 한화로부터 계약 제시를 받지 못했다”는 말은 이렇게 나왔다.

분위기 좋게 시작한 협상이 갑자기 냉각됐다는 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선수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훈련하는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실무자와 선수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단장과 에이전트가 만날 차례다. 무난하게 마무리될 것 같은 계약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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