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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추미애 법무장관 취임 날, 박균택 고검장 사표 던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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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의를 표명한 박균택 법무연수원장의 모습. 장진영 기자

최근 사의를 표명한 박균택 법무연수원장의 모습. 장진영 기자

박균택 법무연수원장(54·연수원21기)이 2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 당일 검찰 고위직(고검장) 인사의 첫 사의 표명이다.

"공수처, 수사권조정 합의안에 답답해 해" #추미애 인사태풍 앞두고 고검장 사표 가능성

박 원장은 최근 일부 독소조항이 담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통과와 국회 표결을 앞둔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한 답답함을 주변에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 현직 검사는 "박 원장이 종종 '이런 상황에서 책임지는 선배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사의 표명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또다른 현직 부장검사도 "박 원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중앙일보에 "사의 표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상황이 아니다"고 답했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마친 후 법무부 관계자 및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마친 후 법무부 관계자 및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광주가 고향인 박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을 꿰찼다. 한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박 원장은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과 마찰도 겪을만큼 원칙을 지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검찰국장을 맡은 뒤 수사권 조정 업무 등에서 청와대와 입장을 달리하며 핵심 보직에선 점차 밀려났다.

"박균택, 우리 편 아니다" 

광주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거치는 등 고검장 승진은 했다. 하지만 박 원장의 연수원 동기인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현 정부에서 박 원장이 '자기 편이 아니다'며 밀어낸 것"이라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연수원 두 기수 선배인 박 원장의 사의는 향후 인사를 앞두고 검찰 간부들의 줄사표 예고편일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 다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 다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현재 현직 고검장 중 윤 총장보다 연수원 선배인 고검장은 김영대 서울고검장과 양부남 부산고검장, 김우현 수원고검장이다. 모두 윤 총장보다 연수원 한 기수 선배인 22기로 거취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표 꼭 내야하나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과거와 달리 선배 검사들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관행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에선 검사들의 이런 식의 사의 표명을 개의치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현직 고검장 및 검사장·명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현직 고검장 및 검사장·명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수처와 수사권조정 법안의 경우도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고 법안 통과의 책임을 지는 것이 일종의 검찰 관행이었다.

하지만 대검 간부들은 윤 총장에게 "관련 법안 등이 통과될지라도 절대 사표를 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여당이 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외압을 가하는 상황에서 총장이라도 버텨줘야 한다는 것이다.

"靑만 좋아할 것" 

한 현직 검사장은 "우리가 사표를 내면 그 자리는 정권 코드에 맞는 인사들이 채우지 않겠냐"며 "오히려 간부들의 항명성 사표를 청와대는 반길 것"이라 말했다.

박태인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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