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균택 법무연수원장(54·연수원21기)이 2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 당일 검찰 고위직(고검장) 인사의 첫 사의 표명이다.
"공수처, 수사권조정 합의안에 답답해 해" #추미애 인사태풍 앞두고 고검장 사표 가능성
박 원장은 최근 일부 독소조항이 담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통과와 국회 표결을 앞둔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한 답답함을 주변에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 현직 검사는 "박 원장이 종종 '이런 상황에서 책임지는 선배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사의 표명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또다른 현직 부장검사도 "박 원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중앙일보에 "사의 표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상황이 아니다"고 답했다.
광주가 고향인 박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을 꿰찼다. 한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박 원장은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과 마찰도 겪을만큼 원칙을 지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검찰국장을 맡은 뒤 수사권 조정 업무 등에서 청와대와 입장을 달리하며 핵심 보직에선 점차 밀려났다.
"박균택, 우리 편 아니다"
광주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거치는 등 고검장 승진은 했다. 하지만 박 원장의 연수원 동기인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현 정부에서 박 원장이 '자기 편이 아니다'며 밀어낸 것"이라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연수원 두 기수 선배인 박 원장의 사의는 향후 인사를 앞두고 검찰 간부들의 줄사표 예고편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 현직 고검장 중 윤 총장보다 연수원 선배인 고검장은 김영대 서울고검장과 양부남 부산고검장, 김우현 수원고검장이다. 모두 윤 총장보다 연수원 한 기수 선배인 22기로 거취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표 꼭 내야하나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과거와 달리 선배 검사들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관행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에선 검사들의 이런 식의 사의 표명을 개의치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공수처와 수사권조정 법안의 경우도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고 법안 통과의 책임을 지는 것이 일종의 검찰 관행이었다.
하지만 대검 간부들은 윤 총장에게 "관련 법안 등이 통과될지라도 절대 사표를 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여당이 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외압을 가하는 상황에서 총장이라도 버텨줘야 한다는 것이다.
"靑만 좋아할 것"
한 현직 검사장은 "우리가 사표를 내면 그 자리는 정권 코드에 맞는 인사들이 채우지 않겠냐"며 "오히려 간부들의 항명성 사표를 청와대는 반길 것"이라 말했다.
박태인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