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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만 꽂으면 되는 한국당 TK···PK의원 27% 불출마 '모른체'

중앙일보

입력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왼쪽)과 여상규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왼쪽)과 여상규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하는 모습. [연합뉴스]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부산·경남 지역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잇따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2일까지 한국당에선 모두 9명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수도권의 한선교(경기 용인병)·김영우(경기 포천-가평) 의원과 비례대표 유민봉 의원 등 3명을 제외한 김무성(부산 중-영도)·김세연(부산 금정)·김도읍(부산 북-강서을)·윤상직(부산 기장)·여상규(경남 사천-남해-하동)·김성찬(경남 창원-진해) 의원 등 나머지 6명이 모두 PK(부산·경남)에 지역구를 뒀다. 부산·경남 지역구 의원 22명 가운데 약 27%로 넷 중 하나가 불출마를 한 셈이다.

PK는 TK(대구·경북)와 함께 대표적인 보수 텃밭으로 꼽힌다. 두 지역의 한국당 현역 의원을 합치면 지역구 의원 91명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1명에 달한다. 당내에선 "전통적 지지층이 많은 영남지역에서 우선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PK 지역 의원들이 당의 인적 쇄신을 앞장서 이끌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의원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이 당의 총선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한국당의 PK 지역 총선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태라는 우려에서다. 한국당의 맞상대인 민주당은 현재 부산 6석, 경남 3석 등 PK에서 9석을 두고 있고,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선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반면 영남지역의 또다른 축인 TK 지역 의원 19명 가운데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 의원은 아직 한 명도 안 나와 대조를 이룬다. TK는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등 보수 몰락에 대한 책임론 역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대구의 초선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당이 원하면 불출마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다른 의원들은 언급 자체를 삼가고 있다.

이때문에 서울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의 현역 의원 사이에선 TK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도권 지역의 한 한국당 의원은 "꽃길만 걸어온 TK 지역 의원들이 솔선수범(불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이 지역구 의원 30%를 공천 배제(컷오프)하는 것을 포함해 현역 의원 50%를 물갈이한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TK 물갈이 폭이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TK 지역 의원의 상당수가 초·재선인 데다 3선 이상의 중진 의원은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을 맡고 있어 생각보다 물갈이 폭이 작을 수도 있다"며 "당 기여도에 따라 인적 쇄신의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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