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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 189전 190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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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 지난 8월 성균관대 야구팀과 연습시합을 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은 서울대 야구팀. 파란 유니폼이 서울대 선수다.

1977년 창단 이래 공식 경기에서 내리 1백89번을 지던 서울대 야구팀이 26년여 만인 1백90번째 경기에서 감격의 첫승을 올렸다.

이들은 3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펑타이 구장에서 열린 베이징대 야구팀과의 원정경기에서 '에이스' 박진수(체육교육과3)선수의 완투에 힘입어 8대3으로 승리했다. 그동안 서울대 야구팀은 국내 대회에 꼬박꼬박 참가는 했으나 대부분 콜드게임으로 졌다. 콜드게임이란 5회 10점이상, 7회 7점이상 점수차가 벌어져 종료되는 게임이다.

최근 끝난 추계 대학리그에서도 여덟경기 중 다섯경기가 콜드게임 패였다.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경기까지 포함하면 2백패가 넘을 것"이라고 팀원들은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 학생들로 구성된 순수 아마추어팀이기 때문이다. 86년 춘계리그에서 연세대에 5대6으로 패한 게 지금까지 전해지는 전설적인 선전 기록이다.

지난 여름 1승의 길조(吉兆)가 해외에서 날아왔다. 베이징대가 일본 도쿄대를 포함한 한.중.일 3개 대학 친선경기를 열자고 제안한 것. 전반적으로 중국의 야구 실력은 한국보다 떨어진다.

개최지 선정에 불만을 품은 도쿄대가 불참했지만 서울대 야구팀은 놓칠 수 없는 1승의 호기로 보고 훈련을 거듭해 왔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 체류 유학생까지 가세한 베이징대 야구팀은 날카로운 타격으로 서울대팀을 궁지로 몰았다. 몇차례 '첫승'의 꿈이 사라질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질 수 없다"는 투지로 고비를 넘겼다.

중견수 김진만(체육교육과4)선수는 "시합이 끝난 뒤 너무 기뻐 숙소로 오자마자 서울의 부모님과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다음에는 국내에서 꼭 1승을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낭보를 접한 서울대 정운찬(鄭雲燦)총장은 5일 귀국하는 선수단을 불러 격려금을 지급하고 첫승 기념 만찬을 열어주기로 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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