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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으로 본 노환중 혐의…조국 딸 지도교수 자청한 뒤 사비로 장학금 지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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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연합뉴스]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연합뉴스]

노환중(60) 부산의료원장이 3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면서 이들의 관계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노 원장이 조국 딸에게 지급한 장학금 600만원 뇌물로 판단 #노 원장, 조 전 장관의 영향력을 알고 의도적으로 장학금 지급 #2019년 부산대병원장 도전 실패 후 부산의료원장 임명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노 원장은 2015년 3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자 학과장에게 조씨의 지도교수로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노 원장과 부산대 측은 지도교수 배정은 ‘랜덤’으로 이뤄진다며 노 원장이 조씨의 지도교수를 자청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조씨가 2015년 1학기 유급을 당하고 학업을 쉬고 있던 2015년 10월, 노 원장과 조 전 장관은 처음으로 대면했다. 당시 양산 부산대병원장이던 노 원장은 조 전 장관의 모친이 그림 4점을 기증하자 기념식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 조 전 장관이 참석했고, 노 원장과 저녁 식사도 함께 했다.

이후 노 원장은 2016년 1학기부터 6학기 연속 조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1회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이후에 받은 600만원을 뇌몰 공여로 봤다.

 노 원장의 모친 장례 부의금을 재원으로 2013년 설립된 ‘소천장학금’은 2015년 2학기까지 수혜자를 별도 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 원장은 조씨를 지정해 2016년 1학기부터 장학금을 줬다. 검찰은 노 원장이 자신의 고위직 진출에 조 전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장학금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원장은 2016년 11월 장학금 재원이 소진되자 개인 자금으로 조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된 2017년부터 장학금을 둘러싼 불만이 터져 나왔다. 2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는 경우가 드문 데다가조씨는 성적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곽상도 의원실(자유한국당)에 따르면 6학기동안 부산 의전원 3743명(학기별 학생 수 중복) 가운데 2회 이상 연속 장학금을 받은 인원은 75명(2%)에 불과했다. 특히 6차례 연속으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11명(0.29%)으로 극소수였다. 2회는 37명(0.98%), 3회 12명(0.32%), 4회 7명(0.19%), 5회 8명(0.21%)이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학생들의 불만을 인지한 노 원장은 조씨에게 ‘다른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고 조용히 타라’고 말했다.

조씨가 3회 연속 장학금을 받은 2017년 11월, 부산대 의전원 장학위원회는 학생들의 불만을 반영해 장학금 지급 규정을 일부 변경해 2018년 2학기부터 적용했다. 장학금 수혜자를 지정할 때에는 구체적인 사유를 기재하도록 한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부자가 수혜자를 지정하는 것은 지양하라는 권고 사항을 달았다. 하지만 노 원장은 ‘면학용 장학금’이라는 사유로 조씨에게 계속 장학금을 지급했다.

2015년 10월 7일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열린 갤러리 오픈행사. 조국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어머니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노환중 병원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페이스북]

2015년 10월 7일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열린 갤러리 오픈행사. 조국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어머니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노환중 병원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페이스북]

노 원장은 조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이후 '특별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양산 부산대병원장 임기가 1년 남은 2019년 1월 부산대병원장(본원)에 도전했다. 역대 대부분의 양산 부산대병원장은 임기를 마친 뒤 부산대병원장에 시도했다. 이 때문에 노 원장이 조 전 장관의 영향력을 염두에 두고 부산대병원장 도전에 나섰다는 말이 나돌았다.

부산대병원장에 실패한 노 원장은 그해 5월 30일 부산의료원장에 다시 도전했다. 부산의료원장은 연봉 1억3100만원에 각종 수당으로 600여만 원을 받는다. 의료원에서 별도로 업무추진비, 차량도 받는다. 연봉은 부산시 산하 출자·출연기관과 공기업 가운데 벡스코·아시아드 CC 대표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부산의료원장의 임명권은 오거돈 부산시장이 갖고 있다. 당시 부산대 의대 출신 3명이 응모했고 노 원장이 최종 임명됐다.

지난 8월 27일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사무실. 송봉근 기자

지난 8월 27일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사무실. 송봉근 기자

부산 출신인 노 원장은 대동고·부산대 의과대학, 동 대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의사로 활동해왔다. 양산부산대병원 기획실장이던 2008년 노 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과 동시에 봉하마을 주치의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5년 양산 부산대병원장이 된 노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치의가 양산부산대병원 소속 A 교수가 되는데 깊은 일역을 담당했다’고 적은 문건이 발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 원장은 장학금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학교의 공식 장학금이 아니라 학업에 대한 격려를 목적으로 자신이 개인적으로 기부한 장학금이다. 유급을 당한 조 전 장관의 딸이 학업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학업에 정진하라는 뜻에서 면학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차례 공식 입장을 표명한 이후 지금까지 노 원장은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부산=이은지·위성욱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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