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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조원태, 공동 사과문 "가족 화합해 유훈 지키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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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공동에 있는 한진그룹 본사 전경. [한진그룹]

서울 소공동에 있는 한진그룹 본사 전경.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을 드러낸 한진 총수 일가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명희 정석 기업고문과 조원태(44) 한진그룹은 30일 공동 명의 사과문을 내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5일 성탄절을 맞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이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언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이 집안의 물건을 부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이 고문 등은 경미한 상처를 입었다. 현장에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경영권 '캐스팅보트'를 쥔 이 고문이 사실상 누나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지지한 것 아니냐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 고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재차 강조했지만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각각 6.52%와 6.49%로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분은 6.47%,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로 '캐스팅보트'를 쥔 상태다.

앞서 지난 23일 누나 조 전 부사장이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남매의 난'의 시작됐다.

조 회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이 결정되기 때문에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고문과 조 회장 등 한진 측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가족 간의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서로 부담이라는 판단에 따라 사과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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