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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얼렸다” 난자냉동 유행···아직은 복불복, 고민도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난자를 냉동하면 이런 액체 질소 냉동탱크에 보관된다. 국내 한 병원의 냉동 난자 보관 탱크 사진. [중앙포토]

난자를 냉동하면 이런 액체 질소 냉동탱크에 보관된다. 국내 한 병원의 냉동 난자 보관 탱크 사진. [중앙포토]

통계청의 26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이 43개월째 역대 최소 기록을 경신했다. 이 뉴스를 접한 여성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일에 매진하고 싶다거나, 원하는 남편을 찾지 못했다거나 등의 다양한 이유로 출산을 미루고 있는 여성들 얘기다. 이들은 당장은 ‘안’ 낳고 있지만 이러다 ‘못’ 낳는 거 아닐까 하는 고민에 시달린다. 이틀 밤 자면 한 살 더 먹는 지금, 페이스북 등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아기들 사진에 마지못해 ‘좋아요’를 누르는 이들의 마음은 무겁다.

한국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전세계적 현상이다. 연말이라서 그럴까, 뉴욕타임스(NYT) 등 해외 유수 언론매체들은 난자 냉동에 관한 기사를 다수 내놓고 있다.

난자 냉동은 가임기가 확실한 여성들에겐 일종의 보험과 같은 선택지다. 최근 수년간 미국에선 난자 냉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한다. 가임기 압박에서 자유로운 20대 여성들 사이에서까지 난자 냉동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고 한다. NYT는 지난 21일자에서 “난자 냉동은 더 이상 숨어서 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더 젊고 현명한 여성들이 자부심을 갖고 난자 냉동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21일 기준으로 올린 관련 해시태그(#eggfreezing) 게시글은 2만1000개가 넘었다. 2005년부터 난자 냉동 시술을 해온 뉴욕 생식의학협회의 앨런 카퍼맨 디렉터는 NYT에 “이젠 젊은 여성들이 친구들과 손잡고 와서 난자 냉동 경험을 당당히 공유한다”고 말했다.

난자 냉동은 더이상 터부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블로그 등을 통해 실제 난자 냉동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앙포토]

난자 냉동은 더이상 터부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블로그 등을 통해 실제 난자 냉동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앙포토]

한국에서도 검색창에 ‘난자 냉동’을 쳐보면 실제 경험을 담은 후기 글과 광고 게시물이 다수 나온다. 일부 블로거들은 얼굴과 관련 절차 사진도 공개해놓았다. 한때 껄끄러운 화제였던 난자 냉동에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난자 냉동 업계는 최근 몇 년간 급성장했다. 미국에선 난자 냉동 스타트업까지 생겼다. 카인드바디(Kind Body)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와인 파티 등을 열어 난자 냉동 시술 과정을 설명하고 대상자들을 모집한다. 관련 내용은 아래 기사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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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난자 냉동은 뜨거운 이슈다. 미혼인 여성들은 냉동 난자 보관이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관련 정부 기관인 국가가족계획연맹의 규제 사항이다. 지난 24일엔 여기에 반기를 든 여성이 병원을 고소했고, 이는 BBCㆍNYT 등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해당 여성인 테레사 수(31)는 BBC에 “병원 측에서 ‘일은 제쳐두고 아기부터 가져라’는 말을 들었다”며 “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다른 여성들의 기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하며 전의를 다졌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도 난자 냉동은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난자 냉동을 알아보러 갔다가 "일은 됐고 아이나 먼저 낳아라"는 말을 들은 뒤 병원을 고소한 중국 여성 테레사 수. 그의 소송은 중국 내에서 난자 냉동을 뜨거운 화제로 만들었다. [AFP=연합뉴스]

난자 냉동을 알아보러 갔다가 "일은 됐고 아이나 먼저 낳아라"는 말을 들은 뒤 병원을 고소한 중국 여성 테레사 수. 그의 소송은 중국 내에서 난자 냉동을 뜨거운 화제로 만들었다. [AFP=연합뉴스]

난자 냉동은 그러나 도깨비 방망이는 못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난자 냉동의 성패는 복불복에 가깝다. 30대 후반 난자를 여럿 냉동해놓고 40대 중반에 인공수정을 하려 했으나 난자 모두에 이상이 생겨 실패한 사례도 많다고 WP는 전했다.

남성들은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이 글을 읽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임기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스러운 남성 사이에서도 정자 냉동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미국 온라인 매체 엘레멘털의 지난 11일 보도에 따르면 정자 냉동 전문 스타트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코넬대에서 심리학을 연구하고 남성 난임 상담 앱을 운영 중인 리즈 그릴 박사는 “남성들 역시 난임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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