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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이 땅에 온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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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호 35면

강홍준 사회 에디터

강홍준 사회 에디터

국내 대학에 유학 온 외국인이 올해 처음으로 16만 명을 넘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국적으로는 중국 유학생이 가장 많다. 7만1067명(44.4%)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대학가에 가면 중국을 실감한다.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 주변을 걷다 보면 마트나 부동산 가게는 아예 가게 이름을 중국어로 단 곳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경기가 어려워 원룸을 내놓는 데 그걸 거둬들이는 게 중국인 학생”이라고 말했다. 건대 앞에서 금은방을 30년째 하는 금은방 주인도 “중국 학생들은 시계 수리부터 부모에게 선물할 목걸이, 팔찌 사러 자주 온다”고 했다. 대학가 상점은 물론이고 대학 본부도 중국 유학생이 없으면 이제 운영이 안 된다. 국내 학생들에 대해선 등록금을 올릴 수 없지만,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선 가능하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재정은 갈수록 피폐해져가는 대학에 있어서 외국인 유학생, 특히 중국 유학생은 소중한 존재다.

유학생, 돈벌이 수단 아니다 #존중받는다는 느낌 줘야 한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나본 상당수 중국 학생들은 오히려 유학을 와서 한국에 안 좋은 감정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대학에서 벌어진 홍콩 민주화 관련 시위로 인해 한국 학생들과 중국 유학생 사이의 틈이 더 벌어진 것 같다.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플래카드를 훼손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행위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입장 바꿔 이들이 평소 느꼈을 일들을 생각해보자. 국내 대학은 평소에도 유학생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국내 학생들은 ‘짱X’란 비속어로 손가락질 하는데 이게 정상인가. 유학생 중 어느 누가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 학생들이 외국 대학에 가서 이런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느 누가 흥분하지 않을까.

교육부가 앞으로도 계속 등록금 동결을 대학에 요구하면서 대학 재정을 더 쥐어짤수록 외국인 유학생, 특히 중국 유학생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외국인 학생 수는 더 늘어나고 있는데 불만은 점점 누적되고 있으니 이는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교육부와 대학이 지금처럼 아무 대책 없이 유학생을 늘렸다간 유학생들의 누적 불만이 폭발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대학에 부탁하고 싶다. 외국인 유학생을 그냥 받지만 말고, 국내 대학의 교육 환경을 글로벌하게 바꿔 달라는 것이다. 외국인 학생들이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온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한국어 실력(TOPIK)를 갖추고 있지만 한국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외국인 학생을 위한 영어 강의에서도 뒤떨어진다. 어찌 됐든 이들이 한국 땅을 밟았다면 돌봐주는 건 마땅하다. 우리 학생들이 이 땅에 온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앙대의 사례는 다른 대학들도 참고할 만하다. 외국인 유학생이 낸 등록금의 10%를 떼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전담 교수·조교 등을 배정하고, 한국 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을 멘토·멘티 관계로 엮어준다. 이렇게 해보니 외국인 유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

2000년 전 예수는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고 질문한 율법 교사에게 강도 만난 사람을 돌봐준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꺼내며 되물었다. “너는 이 세 사람(사제·레위인·사마리아인) 가운데에서 누가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이제 우리 대학과 우리 대학생들에게 질문을 돌리고 싶다. 누가 이 땅에 온 외국인 유학생에게 이웃이 되어 주어야 할까.

강홍준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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