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중한 태도냐”…아베 정권 '벚꽃스캔들' 취재거부에 뿔난 日기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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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벚꽃을 보는 모임'(이하 벚꽃 모임) 스캔들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회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논란은 25일 오전 열린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에서 불거졌다. 기자회견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에무라 히데키 총리관저 보도실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끊은 게 발단이 됐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우에무라 보도실장은 한 기자가 질문하는 도중에 "다음 질문을 마지막으로 해주기 바란다"며 일방적으로 회견을 마치려 했다.

그러자 질문을 하던 기자가 "아직 몇 개의 질문이 있다"면서 항의했다.

그는 "스가 장관은 일본 정부 부서에 '간절하고 정중하게' 대외 요청에 대응하라고 했지만 여전히 내각부 취재 창구는 약속한 콜백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른 담당과에 연락하면 '취재를 거부하려는 취지는 아니다'라면서도 막상 취재를 신청하면 다른 부서를 통하라며 회피한다. 사실상 취재를 거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내각관방은 (벚꽃 모임 참석자) 추천 과정에 관해 '상세 내용에 관한 것이라 답할 수 없다'며 전혀 답하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이러한 태도가 스가 장관이 말한 '정말 간절하고 정중한 태도'라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총리관저 출입기자단 간사도 목소리를 높였다. 간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다 소화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오늘은 오후 회견도 없다. 매우 바쁘겠지만 손든 이들의 질문은 마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총리관저 측은 15분으로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5분 추가해 진행했다.

일본 언론은 총리 관저 측의 답변이 궁하다 보니 회견 시간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벚꽃 모임을 둘러싼 질문에 동문서답하거나 "상세한 것은 사무담당자에게 물어보라"는 등으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아사히 신문은 우에무라 보도실장이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13차례 열린 스가 관방장관의 모든 기자회견에 끼어들었다고 전했다. 우에무라 보도실장이 일정을 이유로 기자들에게 질문을 빨리 끝낼 것을 촉구했다고 비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2019년 12월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벚꽃을 보는 모임'에 관한 질문에 답변이 마땅하지 않아 비서관으로부터 답변 요지가 적힌 종이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2019년 12월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벚꽃을 보는 모임'에 관한 질문에 답변이 마땅하지 않아 비서관으로부터 답변 요지가 적힌 종이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벚꽃 모임은 일본 총리가 벚꽃이 한창인 4월에 공적이 있는 각계 인사를 초청해 여는 정부 주관 봄맞이 행사다. 아베 총리는 세금이 들어가는 이 행사를 사적 자리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신의 지역구 후원회 관계자를 초청하는 등 사실상 선거 표 매수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직폭력배, 다단계 업체 회장 등 부적절 인물까지 초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벚꽃 모임 스캔들 여파가 지속하면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도 추락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21~22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42%)이 '지지한다'는 응답(38%)을 앞섰다.

조사 응답자 가운데 75%가 벚꽃 모임 스캔들에 대한 아베 총리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아베 정권이 초대자 명부를 폐기하고 복원할 수 없다고 대응한 것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응답이 76%에 달하는 등 신뢰가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각료 출신 의원은 아사히 신문에 "벚꽃 보는 모임 문제가 점차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뚜껑을 덮으려고 해도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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