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색 날 오사카 출국한 임동호···정치권선 "빼돌렸다" 음모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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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치러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의 주요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임동호(51)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해외로 출국했다. 일각에서는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 전 위원을 해외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26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에 따르면 검찰은 이틀 전 임 전 위원이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그의 집과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날이다. 임 전 위원은 배를 타고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임 전 위원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달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게 된다면 제가 학교에 다녔고, 교민들의 어려움도 잘 아는 오사카가 적합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임 전 위원의 신분이 피고발인이 아닌 참고인이었기에 출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며 “임 전 위원의 귀국 일정 등 상황을 보고 추후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출마 조건 자리 제안받아”→“단순 술자리 얘기”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017년 12월 올린 술자리 사진. 김경수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임동호 전 최고위원 모습이 보인다. [사진 임동호 페이스북 캡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017년 12월 올린 술자리 사진. 김경수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임동호 전 최고위원 모습이 보인다. [사진 임동호 페이스북 캡처]

임 전 위원은 지난해 2월 울산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으나 민주당은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후보에 단수 공천했다. 경선도 치러보지 못한 임 전 위원은 재심 신청에 나서며 반발했으나 이후 입장을 바꿔 결과에 승복하고 예비후보직을 사퇴했다.

임 전 위원은 최근 “울산시장 불출마 조건으로 청와대에서 총영사 자리를 제안받았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자 19일 울산지검 출석 전 “청와대, 여권 고위 관계자들과 자리와 관련한 논의를 한 적은 있다”면서도 “경선 불출마 조건으로 오갔던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평소 친분 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김경수 경남지사 등과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서도 그는 언론 인터뷰는 말실수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송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 위해 임 전 위원에게 다른 공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이 확보한 송병기(57) 울산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당내 경선에서는 송철호가 임동호보다 불리하다” “임동호 자리 요구” 등의 메모가 담겨 있었다. 검찰은 임 전 위원 압수수색영장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한 전 수석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다고 한다.

“빼돌린 것 아니냐” 음모론까지

검찰 수사 진행 속도가 빨라지자 임 전 위원의 출국이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는 음모론도 등장했다. 정치권 주변에선 임 전 위원이 정치 복귀를 위해 민주당에 중요한 자리를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송 시장과 청와대에 불리한 수사 정보를 언론에 노출할 수 있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압수수색 날 출국했다는 건 빼돌린 것 아니겠냐”며 “민주당에서 제명된 상황이고, 복귀 안 되면 내년 4월 총선에는 못 나올 테니 임 전 위원도 민주당의 요구를 무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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