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 폐쇄로 추가비용 연 3000억…총선 뒤 전기료 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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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24일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진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지난 24일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진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방침에 또 하나의 원자력발전소가 멈추게 되면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가동 중단으로 연 2500억~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서다. 이 비용은 전기 도매 비용과 직결된 발전 단가가 올라가는 한국전력이 당장 떠안게 된다. 최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한전은 이미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내밀고 있다. 탈원전 질주가 결국 가계에 부담을 지우는 모양새다.

원자력 학계 “정지 철회, 재가동하라” #kWh당 단가 원전 62원 태양광 179원 #“전기요금 내년에 5% 인상될 것 #탈원전 정책, 국민에 부담 떠넘겨”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는 25일 성명을 내고 “월성 1호기를 영구 정지하기로 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결정을 철회하고, 재가동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연간 2500억원 이상의 LNG 발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월성 1호기 영구정지는 국민에게 전기요금 인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부담을 떠넘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간 3000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앞서 24일 원안위는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안을 가결했다. 2017년 고리 1호기 이후 두 번째 ‘원전 사망 선고’이자 되돌리기 어려운 대못질이다.

전문가들이 ‘원전 축소 → 비용 증가 → 전기요금 인상’ 수순을 전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한국전력 평균 전력구매단가 통계에 따르면 발전단가는 원자력 1kWh당 62.18원이다. 정부가 원전 대안으로 밀고 있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단가는 179.42원으로 원자력의 3배다. 역시 원전 축소 여파로 발전량이 증가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122.62원)의 단가는 원자력의 2배 수준이다. LNG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라는 부작용도 있다.

2017년 대비 전기요금 상승률 전망 .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7년 대비 전기요금 상승률 전망 .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런 발전 비용 증가는 더 비싼 전기 재료를 사게 된 한전의 재무제표에 이미 드러나 있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올해 3분기 1조2392억원 흑자를 냈다. 한전은 여름철 전력 판매가 많은 3분기에 매년 최대 이익을 낸다. 올해 3분기 흑자 규모는 2011년 분기 실적을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적다.

한전이 최근 들어 전기 요금 인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최근 “현재 운영 중인 한시적 전기요금 특례제도는 모두 일몰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특례제도 폐지는 전기요금 인상과 마찬가지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월성 1호기 영구정지로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은 더 커졌다”며 “정부가 내년 4월 총선까지는 누를 수 있지만 그다음에는 정부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 전기요금의 고삐가 풀리면 이후 상승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정부 계획대로 원전 가동률이 줄어들면 전기의 재료비는 늘어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은 2017년 대비 2020년 5%, 2030년 25.8%, 2040년 33%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부작용 우려에도 맹목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도영 동신대 에너지융합대학 교수는 “정부는 왜 지금 탈원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도, 마땅한 대안도 없이 속도만 내고 있다”며 “원전 중단 이외의 대안과 그에 따르는 추가 비용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임성빈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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